주식시장에서 '슈퍼개미 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개인투자자들 중 큰 손인 슈퍼개미가 엉덩이가 가벼운 주식들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통상 주가가 단기적으로 오른다. 개인이 상당한 지분을 확보한 경우 주주활동이나 인수합병(M&A)에 대한 기대감도 생긴다. 하지만 이런 단기 수급을 악용하는 이들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만 멍드는 사례들이 포착되는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사이트에 따르면, 외식 전문기업 디딤이앤에프에 대해 2대주주인 슈퍼개미 김상훈씨가 주식 보유목적을 기존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지난 10일 변경했다.지분 5% 이상을 취득했을 때 하는 공시인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로 알려졌다.
공시 내용을 보면 테라핀과 김씨 양측은 기존 최대주주인 웨스트포인트인베스트먼트의 지분 매각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최대주주와 2대주주 자리에 오르게 됐다. 현재 김상훈씨의 보유 지분은 6.91%다. 지분율 7.07%의 최대주주 테라핀과의 지분 차가 0.16%포인트에 불과하다. 디딤이앤에프는 백제원과 한라담 등의 직영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다. 신마포갈매기, 고래식당, 연안식당 등의 프랜차이즈 가맹사업과 유통사업도 관여하고 있다.
공시에서 자신을 '투자 모험가'로 소개한 김상훈씨는 보유목적을 바꾼 데 대해 "비자발적으로 2대주주가 되기는 했지만, 일단 현 회사 상황에 맞게 단순투자 이상의 적극적 주주활동을 하기로 했다"며 "앞으로도 회사 상황이 변화한 만큼 보유 목적 변경은 필수불가결한 판단이라 생각된다"고 했다. 그는 오랜 기간 이 주식을 들고 있던 인물로 유추된다. 공시 내 취득자금 등의 조성경위 및 원천란에 "자기자본으로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갖고 27년 동안 꾸준히 투자했다"고 적었기 때문이다.
김씨가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예고한 영향인지 다음 날인 11일부터 주가는 강세를 띠었다. 직전 거래일인 14일까지 나흘간 주가는 24% 넘게 올랐다. 주가 강세에 투자자들은 '무려 27년 투자라니…비자발적 2대주주 응원한다', '모험가 형님 덕에 주가 올려보자', '모험가형 믿고 물타기 10만주 들어간다' 등 의견들을 보였다.
이처럼 슈퍼개미의 출현으로 주가가 급등한 사례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앞선 4월 줄하한가 사태로 곤욕을 치른 다올투자증권은 최근 '2대주주 슈퍼개미 김기수씨로부터 경영권 인수를 제안 받았다'는 소문에 또 다시 주가 변동성을 키웠다. 관련 언론 보도가 전해진 날과 이튿날 양일간 주가는 13% 넘게 상승했다.
과거 사례로는 양지사를 들 수 있다. 다이어리 판매사인 양지사는 대표적인 '품절주'로 꼽힌다. 품절주는 유통물량이 적기 때문에 일시적 수급에 따라 주가 흐름이 급등락할 가능성이 크다. 작년 7월 슈퍼개미 김대용씨가 회사 지분의 5%를 웃도는 물량을 100억원어치에 매집하면서, 양지사에 무상증자와 자진 상장폐지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양지사는 김씨가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한 7월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 무려 2배 넘게 뛰었다.
김씨는 이에 앞서 신진에스엠에 대해서도 지분 대량 보유공시를 내면서 무상증자 등을 요구했는데, 당일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무상증자 기대감을 악용해 양지사와 신진에스엠의 주가를 띄운 김씨는 허위공시와 대량 시세조종 주문을 통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작년 11월 구속기소된 바 있다.
최근에도 슈퍼개미가 개인 투자자들을 배신한 정황이 포착됐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실은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슈퍼개미 김정환씨의 공소장 속 선행매매 수법을 공개했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50만명 넘는 구독자를 보유했던 주식 유튜버 김씨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특정 종목을 추천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자신은 매도하는 방식을 이어왔다.
김씨는 이렇게 2021년 6월부터 작년 6월에 이르기까지 종목 5개를 추천하고 모두 84만7066주를 187억원에 매도해 58억9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올린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법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슈퍼개미들이 찜한 종목이라고 해서 '단기 대박'을 노리고 올라타는 전략은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슈퍼개미가 손대는 종목을 따라 들어가서 수익을 얻는 것은 운이다. 해당 큰손 투자자의 진짜 목적이 선한 것인지 아닌지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운은 반복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전략을 반복하면 급락을 맞을 위험이 커진다"며 "가급적 스스로 판단 기준을 세워서 소신껏 투자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