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관계 구문은 엄격하게 써야 한다. 논리성을 드러내는 말이라 잘 쓰면 글의 합리성과 타당성,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글에 탄력성과 짜임새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잘못 쓰면 글의 흐름이 어색해지고, 글을 오히려 허술해 보이게 한다. 다음 뉴스 문장도 그런 점에서 주의 깊게 들여다볼 만하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새삼 부각되고 있는 정보기술(IT) 업종에서의 인력 빼가기 실태를 지적한 대목이다.이유나 근거 나타내는 서술어로 쓰여“IT업계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전문가 등 개발자 구인난이 심해지면서 중소기업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고액 연봉,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 등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들이 개발자를 싹쓸이하면서 중소기업의 인력 유출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어서다’는 ‘-기 때문이다’를 대체하는 표현이다. 의미가 거의 같다. 요즘 구어체가 뉴스 문장에도 늘어나면서 예전에 ‘때문이다’를 쓰던 곳에 ‘-어서다’가 많이 나타난다. 이 역시 남발되다 보니 잘못 쓰는 경우가 꽤 있다. ‘때문이다’ 구문의 틀에 맞춰 예문을 분석해보자.
‘①개발자 구인난이 심해져 중소기업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결과문) ②대기업이 개발자를 싹쓸이해 중기 인력 유출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원인문)’ 이게 골자다. 이를 한 문장으로 묶으면 ‘②…중기 인력 유출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에(원인) ①중소기업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결과)’라는 이상한 문장이 된다. 인과관계가 아니라는 뜻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①과 ②는 같은 의미다. 같은 얘기를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어서다’로 연결할 구문이 아닌 것이다. 서술부를 ‘~인력 유출이 잇따르고 있다’로 마치면 그만이다.
응용해보자. 올해 초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의 적자 탈출 소식을 전한 다음 글도 같은 오류를 범했다는 게 눈에 들어올 것이다. “코로나가 본격화된 이후 지속적으로 적자 행진을 이어오던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지난해 4분기 처음 흑자전환했을 것이란 기대감으로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코로나 방역 규제 완화 이후 국제선 운항이 늘고, 여객수가 급증하면서 이에 따른 LCC들의 실적 개선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서다.” ‘부활의 날갯짓=실적 개선’이다. 인과관계가 아니라 앞뒤 같은 말을 표현만 다르게 했을 뿐이란 게 드러난다. 따라서 서술어를 ‘-어서다’로 마무리할 게 아니라 ‘-커지고 있다’로 끝내야 한다.원인-결과의 ‘-면서’ 용법 사전 반영해야참고로 ‘-어서’는 원래 이유나 근거를 나타내는 연결어미다. “강이 깊어서 건너기가 어렵다” “비 온 뒤 길이 질어서 걷기 힘들다”처럼 쓰인다. 이 말을 요즘 ‘-어서다’ 형태로 서술어로 많이 쓴다. 주로 구어에서 보이고, 문어에서는 전통적으로 ‘-기 때문이다’를 썼다. 그래서 문어투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 ‘-어서다’를 어색해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사전에서 이것을 연결어미로만 처리한 것은 문제가 있다. 이미 종결어미로도 훌륭하게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위 ‘중소기업 인력유출’ 예문에서 정통어법을 벗어난 어미용법도 눈여겨볼 만하다. <~개발자 구인난이 심해지면서 ~불똥이 튀고 있다. ~개발자를 싹쓸이하면서 ~인력 유출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 문장은 특징이 있다. 각각의 문장 안에서 ‘원인-결과’ 형식으로 나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연결은 현행 어미 용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을 기준으로 하면 ‘-면서’에 이런 용법은 없다. 정통어법에서는 이런 경우 <~구인난이 심해짐에 따라(또는 심해지자/심해져) ~불똥이 튀고 있다. ~개발자를 싹쓸이함에 따라(또는 싹쓸이하자/싹쓸이해) ~인력 유출이 잇따르고 있다.> 식으로 이어가야 할 문장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요즘 ‘-면서’를 이렇게 ‘원인-결과’를 이어주는 말로 많이 쓴다.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은 연결어미 ‘-면서’에 예문과 같은 용법을 올려놓아 다르게 처리했다. ‘-면서’ 용법으로 수용한 것이다. 사전 편찬에서 ‘묘사언어학적 기술’과 ‘규범적 기술’ 방식의 차이로 넘기기엔 <표준국어대사전>의 대응이 너무 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