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연간 2,360만대 EV 팔겠다는 미국과 중국

입력 2023-07-14 09:37
-현대차와 기아, 시작은 미국 확대는 중국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판매되는 전기차는 몇 대나 될까? 조사 기관마다 숫자는 다르지만 대략 3,900만대 내외다. 블룸버그신에너지파이낸스(BNEF)는 3,950만대로 전망했고 보스턴컨설팅그룹 또한 3,900만대로 내다봤다. 반면 딜로이트는 3,110만대를 예측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아무리 보수적인 전망이라도 2030년 연간 3,000만대 이상의 전기차가 지구 곳곳에서 판매될 것이라는 점이다.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6,500만대의 전기차가 판매돼야 하지만 어디까지나 목표일 뿐 현실은 3,000~4,000만대를 지향하는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컨설팅기업 알릭스파트너스의 전망이다. 이 회사는 2030년 중국의 연간 자동차 판매가 지금의 2,500만대에서 3,060만대로 성장할 것으로 추측했다. 그리고 3,060만대의 절반인 1,530만대는 500종으로 다양화 될 전기차로 예측했다. 다양한 컨설팅기업의 전망을 평균하면 2030년 글로벌 전기차 신차 판매 규모는 3,500만대에 달하고 이때 중국의 전기차 비중은 무려 35%에 달하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2030년 중국 내 1,530만대의 전기차는 누가 만들어 팔까? 알릭스파트너스는 그 중 절반은 중국 기업들의 몫으로 확신했다. 지난 40년간 중국 자동차 시장은 폭스바겐, 토요타, 현대차, 기아 등이 합작 진출해 점유율을 높였지만 이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 올해 중국 내 토종기업의 자동차 점유율은 50% 이상에 도달하는데 중심에는 BEV의 역할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 신규 모델의 신속한 출시, BYD와 니오(NIO), 엑스펭(Xpeng) 등이 새로운 시장 세력으로 떠오르면서 판도를 바꾼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컨설팅기업들은 중국에 내연기관 기술을 전수했던 기존 자동차회사가 이제는 중국 내 EV 스타트업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조언도 쏟아낸다. 알릭스파트너스의 스테판 다이어(Stephen Dyer) 아시아 자동차 컨설팅 부문 책임자는 "외국 자동차 제조업체가 중국에서 살아남으려면 중국의 신흥 EV 스타트업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수많은 전기차 제조사의 난립이 오히려 중국의 전기차 발전을 저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알릭스파트너스는 중국 자동차 시장이 엄청난 설비 과잉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전기차 브랜드만 무려 167개에 달하는 데다 공장도 많아 생산 과잉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167개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25~30개로 축소되고 이들은 2030년까지 살아남아 덩치를 키운 후 공룡으로 진화해 해외 시장도 잠식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중국의 전기차 굴기를 누르려는 곳은 미국이다. 미국의 EPA는 강력한 연비 및 배출가스 규제를 통해 2030년 미국 내 신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이 경우 2030년 연간 800만대의 전기차가 미국에서 소화된다. 이를 중국의 1,560만대와 합치면 2,360만대에 달하는데 글로벌 3,500만대 가운데 무려 67%를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기아차의 선택은 먼저 미국에 쏠려 있다. IRA 대응 차원에서 미국 내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30년 200만대의 전기차 생산을 계획하는 상황에서 미국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중국은 잠시 숨 고르기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게다가 중국 내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부활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중국 승용차연석회의(CPCA)에 따르면 현대차의 중국 내 판매대수는 2016년 114만대에서 해마다 크게 줄어 지난해 27만대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조금씩 반등하지만 예전의 화려함을 되찾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200만대의 대부분을 미국 내에서 소화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동남아시아 및 유럽을 전기차의 주 무대로 삼으려 한다. 미중을 제외해도 1,140만대의 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기차 시장을 노리는 곳은 현대차그룹 뿐만이 아니다. 모든 자동차회사가 앞다퉈 진출했거나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따라서 일부에선 현대차와 기아의 2030년 200만대 판매 목표가 오히려 상향 조정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지금보다 전환 속도를 높여야 경쟁력이 확보된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현실은 200만대 전환도 결코 쉽지 않은 숙제라는 점이다. 공급망을 바꿔야 하고 기존 공장의 생산 라인 조정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때마다 벌어질 노사 갈등도 우려하는 대목이다. 패스트 팔로워에서 벗어나 퍼스트 무버로 변신하려는 현대차와 기아의 욕망 중심에는 결국 전환 속도가 자리한 셈이다.

구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