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진짜 바닥이야?…각종 지표 '꿈틀꿈틀'

입력 2023-07-14 07:03
수정 2023-07-14 07:04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주택시장 선행지표로 알려진 경매시장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고 신규 가계대출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늘어나면서다. 다만 아직은 신중해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크다.

14일 법원경매기업 지지옥션이 발표한 ‘2023년 6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경매 건수는 2135건으로 이 가운데 703건이 낙찰됐다. 낙찰률은 32.9%로 전월(31.6%)보다 1.3%포인트 뛰었다. 낙찰가율은 78%로 전월(75.9%)보다 2.1%포인트 올라 올해 들어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 역시 전월과 비슷하거나 더 올랐다. 지방 5대 광역시 아파트 낙찰가율은 전월 대비 모두 상승했다. 대구가 79.8%로 전월보다 6.7%포인트 뛰었고 △울산(79.1%) △대전(77.6%) 등도 낙찰가율이 개선됐다.

보통 경매 시장은 부동산 매매 시장의 선행 지표로 꼽힌다. 투자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일반 매매 시장 시장을 미리 읽을 수 있단 이유에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특례보금자리론 등을 이용하는 실수요자들이 늘어나면서 경매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거래량이 살아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날 기준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273건을 기록했다. 이달 말까지 신고 기한이 남은 점을 고려하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021년 9월(2693건)을 기록해 3000건 아래로 떨어진 이후 19개월 연속 3000건을 회복하지 못하다가 4월(3189건) 3000건을 넘어섰다. 이어 5월 3420건, 6월 3273건으로 3개월 연속 3000건대를 유지했다. 송파구가 250건으로 가장 많았고 노원구가 244건으로 뒤를 이었다. 강동구도 205건으로 200건을 넘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최근 3개월 연속 3000건을 유지했다는 것은 시장에 급매물이 대부분 소진됐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며 "추석께에는 거래량이 5000~6000건 수준에 육박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대출도 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상반기(1~6월) 신규 가계대출 취급액은 95조157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엔 61조304억원이었는데 이보다 55.9% 늘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다. 이들 은행의 상반기 주담대 신규 취급액은 83조9955억원으로 같은 기간 60.4% 증가했다.


금리가 연초 대비 소폭 하락했고 집값이 정체하면서 실수요자들이 다시 부동산 시장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례보금자리론과 함께 최근 들어 한국은행이 금리를 계속 동결하면서 금리가 더 오르지 않은 것이라는 신호가 시장에 퍼지고 있다"며 "집값이 상당 기간 정체돼 있다는 점도 실수요를 자극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시장이 살아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서울도 강남 3구와 일대 자치구를 제외하면 여전히 부진하듯 지방에서도 지역별로 선호 단지 등을 제외하면 집값이 반전되지는 않았다"며 "지표가 살아나는 것만 가지고는 바닥을 지났다고 보긴 어렵다. 집값은 바닥을 다지는 과정 중에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짚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도 "경매 시장 지표가 소폭 회복된 것은 맞지만 시장이 살아났다고 보기엔 여전히 무리가 있는 수준"이라면서 "거래량 역시 평년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언제든 하락세로 돌아서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