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서 전통주점을 운영하는 김모씨(56)는 최근 여러 차례 손님을 놓쳤다. 인공 감미료 '아스파탐' 논란이 불거진 이후 주요 판매 품목인 막걸리의 아스파탐 첨가 여부를 따지는 손님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몇몇 고객들은 제품 성분표를 보며 ‘무(無)’ 아스파탐 막걸리를 찾는가 하면 원하는 제품이 없다면서 되돌아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김씨는 “경기 불황 때문에 매출이 떨어져 걱정인데 아스파탐 이슈까지 불거져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면서 “아스파탐 막걸리나 중국산 김치 등을 거론하며 가게를 나가는 손님들을 보면 가슴이 덜컹 내려 앉는다. 아직까지는 그런 손님이 많지 않지만 아스파탐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파장이 커질까봐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본격 장마철에 접어들면서 ‘파전에 막걸리’ 시즌이 찾아왔지만 막걸리 시장은 울상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는 14일(현지시간) 인공 감미료인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2B군)로 지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서울장수막걸리·국순당 생막걸리·지평막걸리 등 여러 막걸리 제품들이 제조 과정에서 아스파탐을 첨가하고 있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국적으로 폭우가 쏟아지는 등 장마철에 접어들면서 이른바 '막걸리 대목'이 왔지만 막걸리 판매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이달(지난 5~11일 기준) 막걸리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1~10일 막걸리 매출이 지난달 같은 기간에 비해 5% 줄어들었다. 음식점·주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어려움을 호소한다.
서울 홍대 근처에서 막걸리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38)는 “코로나로 거리두기 사태를 겪으면서 이제 겨우 어려움에서 벗어나나 했는데 아스파탐 이슈가 나와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라며 “이 부근 상권은 젊은층 소비자가 많다 보니 이슈에 민감한 편이다. 아스파탐 첨가 여부도 꼼꼼히 살피는 사례도 꽤 나온다”고 전했다.
전통주 제조사들 사이에선 도산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막걸리 시장 규모는 5200억원 정도로 10인 이하 영세 업체가 전체의 92%를 차지한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주류 제조업체로 등록된 막걸리(탁주) 업체는 지난해 말 기준 752곳. 이 중 서울장수 지평주조 국순당 막걸리 '빅3'가 전체 막걸리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대부분 영세 업체다.
한 막걸리 제조업체 관계자는 “막걸리에 포함된 아스파탐은 평균 0.0025%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매일 막걸리 33병을 마셔야 일일 섭취 허용량에 도달하는 수준이란 얘기다. 다만 이 관계자는 “아스파탐에 대한 영향은 적어도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WHO 공식 발표에 따른 추이를 살펴보려 한다”고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