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시장 정체기를 맞은 국내 식품회사들이 해외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라면 1위 업체 농심도 마찬가지다. 신동원 농심 회장은 취임 2주년을 맞아 “미국으로 대표되는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히며 미국 제3공장 착공 계획, 연매출 목표치 등을 공개했다.
60년 가까운 역사를 이어온 만큼 국내에서는 기발한 마케팅으로 젊은 소비자들을 포섭하고 채식, 스마트팜, 건강기능식품 등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미국 라면시장 1위 오르겠다”12일 농심에 따르면 취임 2주년을 맞은 신동원 농심 회장은 지난 3일 전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향후 해외시장 공략 포부를 공개했다. 신 회장은 이메일에서 “2030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연매출을 3배로 끌어올리고 라면 시장 1위에 오를 것”이라고 말하며 “이를 위해 2025년에 미국 제3공장을 착공하겠다”고도 언급했다. 농심은 미국 동부 지역을 제3공장 후보로 유력하게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신동원 회장은 1987년부터 1991년까지 일본 동경사무소 근무를 자청하며 일본 시장 진출을 진두지휘했을 만큼 해외시장에 대한 열정이 크다. 그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해외시장 공략을 강조한 이유다.
신 회장은 각국 식료품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북미 시장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농심은 1984년 샌프란시스코 사무소 설립으로 미국에 처음 진출했고 2005년에는 첫 현지공장인 LA공장을 가동했다. 주로 한인 대상으로 라면을 판매했던 농심은 2010년대부터 ‘프리미엄 라면’으로 포지셔닝했다. 일본의 저가 라면과 차별화하기 위함이었다. 그 결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가 집계한 농심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2021년 기준 25.2%로 일본 토요스이산(47.7%)에 이은 2위까지 올라왔다. 해외부문 이익 대폭 늘어북미 사업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자 농심은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농심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북미 실적이 대폭 증가했다. 가정간편식 수요가 폭증한 와중에 2020년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에서 농심의 대표 제품을 활용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등장하며 농심 라면이 큰 주목을 받았다.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 제2공장(캘리포니아주 소재)이 지난해 완공되며 농심의 라면 생산 능력은 70% 향상됐다. 그 결과 지난해 북미 지역에서 4억9000만달러의 매출을 거뒀고 올 1분기에는 북미 매출이 전년대비 40.1%, 영업이익은 604.1% 폭증했다. 해당 분기 농심 영업이익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미국법인 증가분이 차지할 정도였다.
같은 기간 국내 매출은 12.3% 증가, 영업이익은 7.8% 증가에 그쳤다. 신 회장은 “2030년에는 북미 연매출을 15억 달러까지 높이고 일본 기업과 점유율 격차를 줄여 미국 라면시장 1위에 오르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젊은 농심’으로신동원 회장은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과 동시에 국내 시장에서는 내실을 다질 것을 주문했다. 올해로 설립 58주년을 맞은 장수기업인 만큼 기존의 오래된 이미지를 탈피해 MZ세대와 소통을 늘릴 것을 강조했다.
농심은 기업 설립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안성탕면 팝업스토어를, 올해는 신라면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펼쳤다. 회사 내부에서도 자율복장제도를 도입하고 직급 체계를 기존 5단계에서 3단계로 간소화하는 등 조직문화도 손봤다.
농심은 라면과 스낵 중심의 사업 구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있다.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성향에 맞춰 2020년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을 론칭했고 작년에는 국내 최초 비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을 열었다. 중동 지역에서 스마트팜 사업을 확대하고 ‘라이필’ 브랜드를 필두로 건강기능식품 시장에도 진출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