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칼럼] "어쩌면 10년 만의 흔치않은 투자 기회"

입력 2023-07-13 14:27
수정 2023-07-1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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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진 KB증권 WM투자전략부 상품전략팀장
개인투자자의 채권투자 잔액이 이제 40조원을 넘어섰다. 반년을 넘긴 올해에만 20조원에 가까운 개인 순매수자금이 채권으로 몰렸다고 한다. 현행 세법 기준으로 채권 투자시 매매차익이 비과세된다는 절세효과의 메리트가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미국 연준의 강력한 금리인상 사이클로 글로벌 금리가 크게 오른데다가 올해를 기점으로 긴축이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가 저금리 시대에 외면받았던 채권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린 셈이다. 특히나 긴축사이클 이전에 발행된 저이표 장기국채는 정부발행 채권이라는 원리금 안정성에 더해 매매차익과 절세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연초이후 수익률을 살펴본다면 채권보다는 주식에서의 기회가 상반기에 더 빛났다. 특히 미국 대형 우량 빅테크와 반도체 관련 주식의 성과는 단연 돋보였다. 작년 말 다수의 전문기관들이 고강도 긴축의 누적효과로 약형 침체로의 흐름을 예상하며, 일단 채권의 성과를 우선에 두고, 하반기 이후에나 인하 기대전환 등을 이유로 주식의 성과를 기대했던 것과는 일견 다른 모습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굴곡이 있긴 했지만 미국 연준의 긴축사이클 종료가 당초의 예상보다 늦춰지고 있고 노랜딩 가능성도 엿보이면서 아직 채권금리가 쉽게 내려오지는 못하고 있다.

반면에 이전보다 훨씬 높아진 금리와 제조업 위축세가 지속되는 환경에서 통화긴축도 채 마무리되기 전에 나타난 상반기 주식시장의 성과는 오히려 작년말의 시장전망 대비 무척 고무적인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이같은 주식시장의 선전을 이끈 건 챗GPT가 촉발시킨 인공지능(AI) 열풍에서 비롯되었다. 상반기에만 무려 약 190%라는 엄청난 주가상승률을 보여준 대표 수혜주 엔비디아는 2분기 예상매출 가이던스가 월가의 예상치를 50% 이상 웃돌면서 실적발표가 있었던 당일 시간외 거래에서만 주가가 26% 뛰어오르기도 했다. 미국 주식의 강세가 시장전체의 전반적인 상승이라기보다는 엔비디아를 비롯해 생성형 AI의 수혜가 예상되는 초우량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그 공을 챗GPT로 돌리는 건 당연하다.

작년말 시장이 내다본 경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의 상반기를 마무리하고 어느새 반환점을 돌고 있는 올해, 누군가 하반기를 대비할 투자대상을 꼽으라 묻는다면 AI·반도체로 대변되는 혁신테크 성장주와 중장기 국채를 주저없이 고를 것이다. 먼저 AI로 날개를 단 반도체와 플랫폼 등 빅테크 테마는 실적 측면에서도 그간의 침체를 벗어나 턴어라운드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상반기 급등에도 여전히 가장 유망해 보이는 투자대상이다. 반도체 산업사이클은 극심한 불황 직후 극적인 반전을 반복적으로 보여왔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연간단위 성과를 살펴보면 2002년, 2008년 극도의 부진 이후 업계의 설비투자 축소와 적극적인 감산에 따른 재고조정 효과가 그 이듬해에 드라마틱한 성과로 어김없이 이어졌다. 이른바 최저수익률 이후 최고수익률이 뒤따랐다. 작년 역시 과거 사례들에 준하는 역대급 부진을 보였던 한해였기에 올해 상반기에만 45% 이상의 성과반등이 진행되었음에도 그 모멘텀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실생활로 파고든 생성형 AI는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할 때 성장성에 대한 한계를 미리 예단하기 어렵다. 시대를 사로잡았던 1960년대의 Nifty Fifty, ‘70년대의 Gold, ‘80년대의 Nikkei225, ‘90년대의 Nasdaq과 2000년대의 Oil, 그리고 ‘10년대의 FAAMG의 바톤을 받아 2020년대를 주도할 Ten Bagger(10배 상승) 테마의 화려한 태동이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

주식과는 투자자산으로서의 성격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중장기 국채 또한 혁신테크 성장주에 비견되는 기회를 맞고 있다. 일단 수익측면에서 현재와 같은 금리레벨은 긴축이 한창이던 작년을 논외로 하면 거의 10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만날 수 있다. 글로벌 긴축우려가 극도로 고조되었던 테이퍼탠트럼(긴축발작)과 같은 이례적 환경에서만 가능했던 흔치 않은 금리수준이다. 미국 연준의 최종기준금리에 대한 기대값이 5.9%에 근접했던 3월초의 정점수준에는 못미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최근 긴축연장 우려에 따른 부담에도 장기 국채금리의 추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도 일단은 유효해 보인다. 여기에 올해 한두 차례 추가인상으로 긴축이 마무리될 경우, 지난 50여년간 긴축종료 후 연준의 통화정책이 인하로 전환되기까지 평균 6개월에 불과했다는 통계(ING 등의 분석 참고)에 비춰, 개인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매매차익 실현에 필요한 기다림의 시간도 그다지 오래는 아닐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런 시각에서 올해 혁신테크 성장주와 중장기 국채는 저마다의 십년지기(十年之機)를 맞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오래 알고 지낸 친구가 아니라 10년만의 흔치 않은 기회란 얘기다. 축구의 리오넬 메시나 농구의 마이클 조던처럼 한 시대를 풍미한 특정분야의 역사상 최고의 인물에게는 G.O.A.T.(Greatest of All Time)라는 호칭이 따라 붙는다. 어쩌면 강산도 변한다는 10년만의 기회를 주고 있는 혁신테크 성장주와 중장기 국채가 언젠가 뒤돌아보면 우리시대의 G.O.A.T. 투자기회로 회자되고 있지는 않을까 희망회로를 돌려본다.

*동 의견은 필자의 개인적인 소견으로 소속 회사(KB증권)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