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14일 11:5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C의 인수합병(M&A) 행보가 최근 달라진 SK그룹의 기조를 나타내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는 그동안 미래 먹거리에 공격적인 투자를 벌여왔지만 작년을 기점으로 '투자 신중론'을 펴고 있다. 올초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비공식적으로 "살거면 일단 팔고 하라"는 지시도 있었다. SK 다른 계열사들도 신사업 발굴을 위해 계열사나 사업 부문을 경쟁적으로 매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C는 반도체 테스트 장비업체 ISC 경영권을 5225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자회사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사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와 최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매각가로는 약 4000억원이 거론된다.
또 다른 자회사 SK피유코어도 매각이 검토되고 있다.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와 4500억원 수준에서 협상을 벌이고 있다. 모두 매각에 성공할 경우 SKC는 1조원에 가까운 실탄을 챙기게 된다.
IB업계에 따르면 SKC는 추가 M&A를 검토하고 있다. ISC와 함께 검토됐던 중견기업 인수 건들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지난 4일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에서 향후 M&A에 1조~2조원을 집행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추가 매각 작업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SKC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유망 산업으로 재편한다는 방침 아래 비주력 사업은 매각을 적극 검토할 것이란 입장으로 전해졌다. 필름과 화학, 세정·광학소재 사업부가 유력시된다.
SKC의 M&A 행보가 SK그룹의 달라진 M&A 기조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초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내에서 "투자하고 싶으면 뭐라도 팔고 그 돈으로 하라"는 고위 관계자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펙스는 SK그룹 각 계열사 CEO들이 모여 협의를 진행하는 M&A 전진기지다.
자본시장에서 SK그룹의 위상은 과거와 달라졌다. 수년 동안 재무적투자자(FI)를 대거 유치하는 식으로 몸집을 키워왔지만 현재에는 자금 조달 여건이 만만치 않아졌다. 약속한 기한까지 기업공개(IPO)에 성공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면서 상환 고민도 커졌다. 자연스럽게 경영권 매각으로 시선이 옮겨졌다. 사업을 쪼개고 파는 등 당장 현금이 오갈 수 있는 거래로 무게추가 이동했다.
매각 성과를 올리기 위한 계열사 간 경쟁심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수펙스 기조가 바뀐 만큼 각 계열사 CEO들도 신규 투자를 위해 적극적인 매각 성과를 보여야 한다. M&A 성과가 거의 없었던 SK텔레콤 등 경영진들의 그룹 내 입지가 이전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