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자유여행자를 위한 현지 투어, 액티비티 상품 등으로 유명한 여행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 이 회사는 지난 2월 ‘깜짝 발표’를 했다. 육경건 전 하나투어 대표를 영입해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총괄하는 사내 독립기업(CIC) 대표로 임명한다는 소식이었다. 전국 여행사, 대리점 등과 제휴해 중장년층, 법인 대상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B2B 사업에 힘쓰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마이리얼트립이 11년 됐는데 사실 저희 부모님은 단 한 번도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셨습니다. 부모님이 중요한 얘기를 하셨는데요. 일반적으로 여행 플랫폼들이 강조하는 게 빠른 예약, 간편한 결제 같은 거잖아요. 그런데 부모님 세대는 몇백만원짜리 여행 상품을 볼 때 이런 것보다는 상담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대표는 2030세대가 전체 이용자의 70%인 마이리얼트립이 앞으로 중장년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배달의민족이나 네이버쇼핑 등도 시작할 때는 2030 중심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누구나 쓰잖아요. 앱 편의성도 좋아지면서 저변이 확대됐죠. 마이리얼트립도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슈퍼앱’으로 진화해 나갈 겁니다.”
인터뷰에 함께한 육 대표는 “B2B 사업을 본격 시작한 지 3개월여 만에 제휴사(여행사, 대리점) 450여 곳을 확보했다”며 “이들과 함께 여행 컨설팅부터 맞춤형 여행 프로그램까지 제공하는 ‘여행 전문가 연결 서비스’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다음달에는 기업 여행 서비스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출장 시장도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마이리얼트립은 여행 수요가 폭증하면서 거래액이 크게 늘고 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초기 여행 시장이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작년 거래액은 6000억원 이상으로 회복됐다”며 “올해는 거래액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매출은 B2B 사업 추진 등으로 역대 최대인 1000억가량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리얼트립은 신규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를 접목한 여행 플랜 서비스를 내놨다. 이 대표는 “예를 들어 일본 도쿄를 여행한다고 할 때 3박4일 동안 뭘 할까 고민하게 되는데 AI가 개인 취향이나 맥락에 맞게 일정을 짜줄 수 있다”며 “다양한 AI 기술을 어떻게 여행에 접목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놀자, 여기어때 등 대형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마이리얼트립만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이 대표는 “우리는 현지에 강한 서비스”라고 했다. “일본에서 대형 식당 예약 플랫폼과 제휴를 추진 중입니다. 일본판 캐치테이블 같은 서비스죠. 여행자들이 편리하게 일본 맛집들을 마이리얼트립에서 예약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마이리얼트립은 국내 여행객을 넘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힘쓸 계획이다. 이 대표는 “작년에 K컬처를 테마로 여행 상품을 선보이는 스타트립을 인수한 이유가 외국인 관광객을 한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라며 “K팝, K드라마 등과 관련한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