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이어 프랑스도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미국과 독일에도 압박이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내용의 보도와 함께 "그동안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요청해 온 사거리 300㎞의 순항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가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돼 확전될 가능성을 우려해 승인하지 않고 숙고만 해 왔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의 탄약 고갈 상황이 위험 수준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에이태큼스를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데 주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독일은 앞서 스웨덴과 합작 개발한 타우루스 순항 미사일 제공 요청을 거절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순항 미사일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프랑스가 영국에 이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하는 두 번째 나라가 됐다.
많은 서방 관리가 우크라이나가 올여름 반격에 상당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그 반동으로 러시아가 공격에 추진력을 얻어 전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나토 주요 동맹국들 사이에서는 1년 전 주력전차와 전투차량, 방공시스템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거부하거나 제공에 미적거렸던 점이 전략적 실수로 판명됐다는 현실 자각이 커지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12일까지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우크라이나의 전력 강화를 촉진하기 위해 향후 수주∼수개월간 할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맞춘 논의가 진행 중이다.
미 국방부는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에 현재 에이태큼스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 관리 2명과 유럽 관리 1명은 NYT에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기타 안보 위협을 위해 비축된 이 미사일 몇 기를 보낼지를 두고 조용히 토론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인 문제로는 에이태큼스 자체의 비축량이 많지 않다는 점이 있다.
미 국방부 당국자들은 에이태큼스 비축 분이 적은 편이고, 이 미사일들이 한반도를 비롯한 미 국방부의 전쟁 대비 계획에 배당돼 있다고 경고한다.
록히드 마틴에 따르면 1980년대 개발 이후 생산된 에이태큼스는 4000기가량이다.
NYT는 프랑스의 스칼프 지원 결정이 미 행정부에 에이태큼스를 우크라이나에 줘야 한다는 압박을 가속할 수도 있고, 반대로 다른 나라로부터 받고 있는 만큼 압박을 완화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무기를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우크라이나로서는 요청을 이어갈 예정이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미국에 에이태큼스, 독일에 타우루스 미사일을 요청하기 위한 접촉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동맹국들로부터의 장거리 미사일 지원을 멈추지 않고 계속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