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이긴 개미…'황제株' 오른 에코프로

입력 2023-07-11 17:58
수정 2023-07-19 20:26

“대동단결한 개미군단이 마침내 공매도 세력을 이겼다.”

2차전지 소재 기업 에코프로 주가가 100만원을 돌파하며 ‘황제주’(주당 100만원짜리 주식)에 오르자 온라인 종목토론방에서 축포가 터졌다. 반면 주가 하락에 베팅한 헤지펀드 운용사는 큰 손실을 보는 등 비상이 걸렸다. 투자자 사이에서 반공매도 운동, 이른바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이 성공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에코프로는 11일 코스닥시장에서 1.14% 오른 97만6000원에 마감했다. 에코프로는 전날 장중 101만5000원까지 오르며 코스닥 종목 사상 다섯 번째로 100만원 선을 뚫었다. 동일철강이 2007년 9월 110만2800원을 기록한 이후 16년 만에 나타난 황제주다.

에코프로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제조하는 에코프로비엠 등을 자회사로 둔 지주사다. 전기차 수요 증가와 2차전지 산업 성장에 힘입어 올해에만 848% 급등했다.

기록적인 주가 상승은 유튜브와 인터넷 주식카페 등에서 결집한 개인투자자가 이끌고 있다. 개인은 올 들어 에코프로를 1조720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은 9365억원어치, 기관은 762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에코프로의 폭등에는 ‘쇼트 스퀴즈’ 현상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쇼트 스퀴즈란 공매도 투자자가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 되갚는 과정(쇼트 커버링)에서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에코프로의 공매도 잔액은 올해 초 54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 6일 1조2509억원으로 23배로 불어났다. 에코프로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투자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한 외국계 운용사는 에코프로를 ‘저격’하기 위한 특별팀까지 만들어 공매도에 나섰다가 큰 손실을 봤다”며 “손실이 더 커지기 전에 서둘러 쇼트 커버에 들어간 헤지펀드도 많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