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한국의 브루클린' 성수동

입력 2023-07-11 17:44
수정 2023-07-12 00:15
도시매력도 조사에서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서울이지만 런던의 고풍미, 파리의 세련미, 뉴욕의 자유로움과 비교하면 무언가 아쉽다. 급박한 개발과 집중에서 오는 결핍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내외 MZ세대가 열광하는 성수동은 서울의 새로운 미래다. 과거 성수동은 구로와 함께 대표적인 서울의 낙후 공장지대였다. 하지만 어느새 가장 가고 싶고 숨 쉬고 싶은 ‘핫플레이스’가 됐다. 날로 ‘힙’해지는 한국을 체험하려는 외국 청년들의 필수관광코스가 된 지 오래다. 루이비통 디올 등 해외 기업들도 근사한 성공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몰려든다.

성수동 성공의 키워드는 패션, K팝 같은 문화다. 과거 핫플이던 명동·종로, 로데오거리·홍대가 주는 소비적 매력을 넘어선 ‘소프트’가 더해지자 국내외 젠지(Generation Z)가 열광했다. 젊음의 활기는 스타트업도 불러들였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성수동 상권이 급성장세를 이어간 비결이다.

서울시의 그제 압구정동 일대 재건축안은 성수동을 더욱 주목하게 한다. 서울시는 재건축 이익을 강남·북을 잇는 ‘미니신도시 조성’에 투입하는 신선하고 야심 찬 구상을 선보였다. 한강을 사이에 둔 압구정동과 성수동을 연결하는 1㎞ 길이의 보행 전용교 설치가 특히 눈에 띈다. 서울 대표 주거단지와 도보로 연결된다면 성수동의 매력은 더 폭발할 것이다. 공장지대였던 미국의 브루클린도 맨해튼과 브루클린 브리지로 연결되면서 문화·예술 중심지가 됐다. 브루클린은 뉴욕 방문객의 필수관광코스이기도 하다.

보행교 강북 끝단에 자리한 성수동 서울숲과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에 세계 최대 규모 스타트업 허브를 조성하는 것도 기대를 한층 키운다. 전문가들은 ‘좋은 도시화’의 조건으로 환경·이동성·문화·커뮤니티·다양성과 함께 ‘비즈니스 기능’을 꼽는다. 이미 많은 스타트업이 자리한 곳에 허브까지 들어선다면 성수동은 좋은 도시의 핵심 요건을 모두 갖추게 된다.

해방, 내전, 복구, 성숙 과정의 최전선을 헤쳐온 서울은 이제 서사와 문화에 집중해야 할 때다. K컬처로 세계를 열광시킨 MZ세대와 동행하는 성수에 주목하는 이유다. 강남 스타일에 이어 ‘성수 갬성’이 세계인을 홀리기를 기대해본다.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