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장 한 번 할 때마다 100L짜리 종량제봉투 일곱 장은 써야 했는데, 다회용기를 도입한 뒤엔 한두 장이면 충분해요.”(정용숙 주방도우미·59세)
11일 찾은 서울시 산하 공공 종합병원 서울의료원 장례식장. 지난 3일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일회용품 사용이 전면 금지된 곳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주방도우미들은 쓰레기양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조문객을 받은 빈소 여섯 곳에선 멜라민 소재의 접시 등 재활용 가능한 다회용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이 장례식장에서 배출된 폐기물은 60만L(114t)에 달한다. 서울시 자원순환과는 일회용기 사용이 당연시되는 장례 문화를 바꾸기 위해 서울의료원에서 시범적으로 다회용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직 낯설어하는 상주가 많다. 장지훈 서울시 생활폐기물감량팀장은 “상주가 분향실을 임대 계약하는 과정에서부터 다회용기를 써야 한다는 점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례식장은 식기 수량 확인, 대여와 반납, 주방 내 위생관리 업무를 담당할 분향실 전담 매니저 한 명을 빈소별로 배치한다. 상조회사 또는 기타 단체 등을 통해 마련한 일회용품이 빈소로 들어올 수 없도록 감시하는 역할도 한다. 건물에서 나온 쓰레기를 일시적으로 쌓아두는 쓰레기 하역장에도 폐기물이 확 줄었다. 지난 8일간 25개 발인 상가(삼일장 기준)에서 나온 종량제봉투는 총 41개였다. 빈소당 평균 1.64개인 셈이다. 다회용기를 도입하기 전엔 이보다 4배가량 많은 빈소당 평균 6.4개가 배출됐다. 곽상헌 총무팀 담당자는 “환경을 생각한다면 다른 장례식장도 하루빨리 다회용기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은 주방 인력의 일거리가 더 늘어난다는 문제도 일부 있다. 주방도우미 정씨는 “그릇과 수저가 박스에 담겨오면, 주방에서 동선을 확보하기 위해 박스를 옮겨야 한다는 게 애로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소연 서울시 자원순환정책팀장은 “앞으론 그릇 운반에 관한 방법도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