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폭스콘이 인도 반도체 공장 설립 계획을 철회했다. 폭스콘은 인도 에너지·철강 대기업 베단타와 손잡고 195억달러(약 25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 시설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폭스콘은 성명을 통해 “베단타와의 합작 벤처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폭스콘과 베단타는 작년 9월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아메다바드에 195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과 디스플레이 생산 시설 등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애플 아이폰의 조립 생산을 맡아 급성장한 폭스콘은 최근 반도체 분야 진출을 추진 중이다.
폭스콘은 투자 철회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인도 정부의 보조금 승인이 늦어진 것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폭스콘은 유럽 반도체 회사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참여 방식을 놓고도 인도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폭스콘과 베단타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기술 사용을 조건으로 사업에 참여시키려고 했지만, 인도 정부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직접 투자자로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베단타는 폭스콘을 대체할 협력 파트너를 선정해 인도의 첫 파운드리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폭스콘의 투자 철회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반도체산업 육성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디 총리는 2026년 630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다. 외국의 투자 유치를 위해 100억달러 규모 인센티브 계획을 발표했으나 지금까지의 성과는 기대 이하다. 지난달 마이크론이 발표한 프로젝트의 경우 인도 정부가 총 27억5000만달러의 사업비 가운데 19억달러 이상을 부담하는 조건이며, 반도체 생산 시설이 아니라 후공정(칩 패키징) 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