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연인이 자신을 데이트폭력으로 신고했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자마자 전 애인을 살해한 30대 남성에 대한 첫 재판이 11일 열렸다. 피고인 김모 씨(33)는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죄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정도성)는 이날 오전 10시 40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모 씨(33)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김 씨는 지난 5월 26일 오전 7시 17분경 서울 시흥동의 한 상가 지하 주차장에서 1년간 만났던 전 여자친구 A 씨(47)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김 씨는 당시 A 씨의 데이트폭력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모처에 숨어있다 뒤이어 경찰서를 나온 A 씨를 습격했다. 김 씨는 A 씨를 차량에 태워 달아났다 범행 약 8시간 만인 오후 3시30분께 경기 파주시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김 씨의 차량에 태워질 때만 하더라도 생존해있었다. 김 씨는 이날 재판서 “차량에 태워진 A씨가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경기 고양시에 있는 병원에 가고자 차를 몰던 중 서부간선도로 지하차도 부근에서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씨는 이날 재판서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며 “피해자가 사망했음을 확인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하고 마땅한 장소를 찾던 도중 경찰에 체포됐다”고 했다. 김 씨는 “과거 조울증 약을 처방받은 적이 있고, 범행 당시에도 정신적으로 불안정했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검찰은 김 씨가 A씨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뒤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사실도 확인해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촬영물 등 이용 협박 등의 혐의를 추가해 지난달 20일 기소했다. 김 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보복살인과 불법 촬영 이외에도 사체유기·감금·상해·재물손괴·폭행 등 총 8가지다.
김 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다음 달 7일 오전 10시 50분에 열린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