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커머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의 e커머스 배송 시스템은 특별하다. 무엇보다 배송 속도가 강점이다. 뉴욕타임스도 쿠팡 상장 당시 이 회사의 성공 요인으로 ‘빠른 배송’을 꼽을 정도였다. 한국의 빠른 배송은 이제 글로벌 e커머스 기업의 표준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하지만 물류센터를 확장할 때마다 인건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기업들은 비용이라는 난관에 봉착했다.
물류센터는 아직도 사람의 손이 많이 간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기간 미국 물류센터 인원이 70만 명 늘었고, 평균 시급은 약 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인 인터랙트애널리시스는 e커머스가 지금과 같이 성장할 경우 전 세계 물류센터 종사자가 350만 명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제 물류자동화는 e커머스 기업엔 생존의 문제다. 물류센터에서의 작업은 크게 상품 입고→보관→상품 피킹→분류→출고의 순서로 진행된다. 현재는 사람과 지게차가 수행하는 이 업무를 로봇과 소프트웨어가 대체하는 것이 물류자동화의 핵심이다. 자동화가 될 경우 물류센터에서 지게차가 다니는 공간을 줄일 수 있어 상품 보관량이 늘어나게 되고, 인건비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로보틱스,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기술이 물류센터로 집중되고 있다. 상품의 상·하차에 로봇팔을 활용하고 있고, 상품의 적재와 출고를 자동으로 진행해주는 자동창고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현재 사람이 가장 많이 투입되는 분류작업도 소팅 기계와 소팅봇이 투입되며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다. 센터 내에서 상품을 자동으로 이동시켜주는 AGV(Automated Guided Vehicle) 로봇의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물류자동화에 1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한 쿠팡은 지난 2월 1000여 대의 로봇을 활용한 축구장 46개 규모의 대구 풀필먼트 센터를 공개했다. 이 회사는 물류자동화 로봇 도입으로 직원 업무량의 65%가 감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과 대전 허브터미널 등에 최첨단 자동화 설비를 배치해 작업효율을 높이고 있고, SSG 역시 배송 전 과정의 80% 자동화를 목표로 1조원 이상의 투자계획을 세웠다.
e커머스 공룡들이 물류자동화 투자를 늘리는 가운데 맞춤형 서비스와 실시간 유지보수가 가능한 국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찾는 ‘국산화’ 수요 역시 증가하고 있다. 물류자동화 국산 장비 비중은 2015년 46.1%에서 2020년에는 53.9%로 높아졌다. 특히 정보시스템 분야는 국산 비중이 2015년 40.0%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97.7%까지 뛰었다.
관련 중소기업인 보우시스템, 우양정공, 가치소프트 등은 물류센터 확장 추이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풀필먼트 사업을 전개하는 AI 물류 플랫폼 파스토는 지난해 8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물류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하는 트위니, 플로틱도 네이버, 카카오, 미래에셋 등에서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물류자동화 시장 규모는 2026년 약 44조원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10.6%다. 국내의 경우는 연평균 11.5% 성장이 예상되며 2025년 국내 시장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김태호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