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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이달 말 연중무휴 신속자금이체 시스템인 페드나우(Fednow)를 도입한다. 야간과 주말에도 송금이 가능해져 소비자들은 반기고 있지만, 지역은행들의 표정은 다소 어둡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원인이 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이 영업 외 시간에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Fed는 이달 말 페드나우 서비스를 출시한다. 페드나우는 기존의 자동청산소(ACH)를 대체하는 새로운 신속자금이체 시스템이다. ACH 시스템에서 송금을 하기 위해서는 발신 은행이 거래 데이터를 청산센터로 보내고, 이를 다시 수취 은행으로 보내는 과정을 거쳐야했다. 영업시간 외에 이체를 하거나 주말이 낄 경우 돈을 보내는데 며칠씩 걸리기도 했다.
페드나우는 이러한 ACH를 실시간총액결제(RTGS) 방식으로 바꾸는 게 골자다. RTGS는 지급인이 돈을 보내기로 결정하는 즉시 수취인의 계좌에 입금이 된다. 은행 간 결제도 실시간으로 종결된다. 계좌이체 수수료는 현재의 5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Fed는 2015년 5월 신속자금이체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연구를 진행, 2018년 11월 RTGS 신속자금이체 시스템을 직접 구축·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듬해 8월에는 페드나우라는 이름을 붙여 2023년 도입한다는 일정을 공개했다.
이러한 계획은 다소 뒤늦은 측면이 있다. 스웨덴이 2012년 RTGS 신속자금이체 시스템을 도입한 이래 멕시코(2015년), EU(유럽연합·2018년), 러시아(2019년), 브라질(2020년), 터키(2021년) 등의 중앙은행이 직접 신속자금이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2017년 11월부터 대형은행 등 138개 기관(2021년 기준)이 RTP(Real time payment)라는 이름의 신속자금결제시스템을 운영했지만, 1만1000여개에 이르는 대다수 금융기관들은 여기에 포합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역·소규모 은행들은 페드나우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원인이 된 대규모 인출 사태를 예방하기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CTBC뱅크USA의 누어 메나이 최고경영자(CEO)는 "3월의 은행권 위기는 은행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현금이 빠져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소셜 미디어와 스마트폰 앱을 통해 고객들은 빠른 속도로 예금을 인출할 수 있었고, 결국 일련의 뱅크런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Fed는 "은행들은 거래 규모 제한, 기간별 이체량 조절, 특정 고객에 대한 액세스 제한 등으로 페드나우를 유연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블룸버그는 "신속자금이체가 즉시 유동성 위험을 초래하지는 않는다"라며 RTP에 도입된 개별 계좌 인출한도 설정 제도를 근거로 들었다. Fed는 2021년 1월부터 페드나우 시범 프로그램을 통해 120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기능 분석, 개발 로드맵 등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JP모간체이스, 웰스파고, 뉴욕멜론은행 등 41개 은행과 15개 기업이 공식 테스트를 완료했다고 Fed는 밝혔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