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에 이장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3주기 추모제가 지난 9일 열렸다.
이날 추모제에는 박 전 시장 배우자 강난희 씨 등 유족을 포함해 박 전 시장 지지자 등 약 200명이 참석했다. 이번 추모제는 지난 4월 박 전 시장의 묘소가 경남 창녕군에서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으로 이장된 이후 처음 맞이한 기일에 열렸다.
강 씨는 이날 "올 봄 시장님을 이곳 민주열사 묘역에 모신 후 3주기를 치르게 돼 조금은 안도가 된다"며 "같이 비 맞으면서 (박 전 시장을) 만나는 시간이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란공원은 우리나라 최초 사설 공동묘지로 민주화·노동 운동가들이 다수 안장돼 있어 '민주화의 성지'라고 불린다. 전태일 열사를 비롯해 박종철 열사, 문익환 목사, 백기완 선생 등의 묘소가 있다. 박 전 시장은 전태일 열사 묘 뒤쪽으로 이장됐다.
이에 지난 4월 박 전 시장 이장 소식이 알려지자 비난이 쏟아진 바 있다. 당시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모란공원은 민주화 운동가, 노동운동가 등 수많은 민주열사가 잠든 곳"이라며 "이 곳에 직위를 이용한 성범죄자로 판명 난 박원순 전 시장의 묘소를 옮기는 것은 민주화 성지를 모독하는 일"이라고 비판했었다.
정의당도 유감을 표명했다.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는 "모란공원 민주열사 추모비에는 '만인을 위한 꿈을 하늘 아닌 땅에서 이루고자 한 청춘들 누웠나니'라는 문구가 있다"며 "박 시장 묘소의 모란공원 이장은 아직도 2차 가해로 고통받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들을 '만인'에서 예외로 하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한 바 있다.
앞서 박 전 시장은 2020년 7월 북악산 숙정문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그가 부하직원인 서울시 공무원으로부터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경찰은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성추행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같은 해 12월 수사를 중단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2021년 1월 직권조사를 벌여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했다.
이후 강 씨는 인권위의 결정에 권고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은 지난해 11월 강 씨 패소로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박 전 시장의 행위가 피해자에게 성적인 굴욕감이나 불편함을 줬다고 보여 피해자가 성희롱을 당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헀다.
이어 지난 4월 20일 항소심 첫 변론기일에서 강 씨는 "제 남편은 억울한 피해자"라면서 "진실을 외면하시지 말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