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 제작·주연의 ‘미션 임파서블’은 1996년 6월 15일 처음 국내 극장에 걸렸다. 그날 이후 약 27년1개월 만인 오는 12일 일곱 번째 시리즈물(이하 ‘미션 7’)이 개봉한다.
달라지지 않은 것과 달라진 것은 명확하다. 크루즈 제작·주연이고, 대역 없이 그가 직접 해내는 액션 연기가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이자 묘미라는 것은 여전하다. 달라진 것은 ‘미션 임파서블’(사진) 뒤에 붙은 ‘데드 레코닝 파트 원(Dead Reckoning-Part One)’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다.
그동안의 미션 시리즈는 한 편에서 이야기가 완결됐다. ‘미션 7’은 시리즈물 중 처음으로 이야기가 자체적으로 완결되지 않는다. ‘미션 7’을 연출한 크리스토퍼 매쿼리 감독은 영화가 다루는 방대한 이야기를 2부작으로 나눴다. ‘미션 7’은 전편에 해당하고, 후편인 ‘미션 8’은 ‘데드 레코닝 파트 투’란 부제가 붙어 내년에 개봉될 예정이다. 그랬음에도 이 영화의 상영시간(러닝타임)은 163분으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물 중 가장 길다. 가장 짧은 1996년 개봉작인 첫 편(110분)보다 무려 53분 더 길다.
데드 레코닝은 출발점으로부터 이동 거리와 방향만으로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이는 ‘미션 7’에서 주인공인 에단(톰 크루즈 분)과 그가 이끄는 IMF(Impossible Mission Force) 팀의 주적(主敵)인 엔티티라는 이름의 인공지능(AI)과 연관이 있다. 에단의 주적으로 인간이 아니라 기계가 등장하는 것도 처음이다. 지난달 말 크루즈와 함께 내한한 매쿼리 감독은 “‘데드 레코닝’은 에단을 포함한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인생 행로가 과거의 영향을 받는 데 대한 은유”라고 설명했다.
시리즈 첫 편부터 네 번째 작품까진 작품마다 감독이 바뀌었고, 각 편의 색깔이나 개성이 확연하게 달랐다. ‘로그네이션’이란 부제가 붙은 ‘미션 5’부터는 연속으로 매쿼리가 감독을 맡고 있다. 매쿼리의 특징은 드라마에서 ‘과거와의 연결성’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폴아웃’이란 부제의 ‘미션 6’에선 ‘미션 3’에서 에단과 헤어진 전처(미셸 모너핸 분)가 나왔다면, ‘미션 7’에선 ‘미션 1’에서 CIA 국장으로 나온 헨리 체르니가 같은 배역으로 27년 만에 재등장한다. ‘미션 5’부터 나온 벤지(사이먼 페그 분), 일사(레베카 페르구손 분), 전작에 등장한 화이트 위도(버네사 커비 분) 등도 주요 배역을 맡았다. 시리즈 전작들을 보지 못한 관객이라면 캐릭터와 스토리 이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액션 장면은 더 강렬하고 정교해졌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기차 위에서 에단과 숙적 가브리엘(에사이 모랄레스 분)이 벌이는 숨 가쁜 격투신과 안개 자욱한 골목에서 벌어지는 추격전 등은 시리즈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미션 1’을 떠올릴 수도 있다.
‘미션 7’에서 처음 등장한 그레이스(헤일리 앳웰 분)와 에단이 서로 한 손이 수갑으로 묶인 채 한 손으로 운전하는 이탈리아 로마 시내 카체이싱(차 추격전)이 대표적이다.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도심 카체이싱이 상당히 길게 이어지는데도 ‘한 손 운전’과 초소형차를 모는 장면 등이 재미를 준다.
이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는 각 편에서 이전에 보지 못했던 독특한 ‘시그니처 액션’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오로지 크루즈의 몫이다. 61세의 크루즈는 노르웨이 트롤의 벽 낙하 장면을 직접 연기했다. 고도로 숙련된 크루즈의 오토바이 스턴트와 낙하 스턴트를 연이어 볼 수 있다.
거의 막바지에 등장하는 이 장면은 긴 러닝타임과 엇비슷한 강도의 액션 반복에 다소 지친 관객에게 다시 영화에 빠져들고 끝까지 관람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을 제공한다.
에단과 IMF 팀의 최종 목표는 엔티티를 통제할 수 있는 열쇠와 열쇠의 용도를 찾아내 이를 없애는 것이다. ‘미션 7’은 이 열쇠를 손에 넣기 위한 세계 각 첩보 조직의 공방전과 그 결과까지만 다룬다. 그런데도 극의 완결성은 높은 편이다. 전작들을 보지 못했다면 듬성듬성했을 이야기의 공백은 몰입도 높은 액션 장면들이 메운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