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 영등포구 여의도, 동작구 노량진 등 대형 정비사업 현장에서 시공사의 ‘물밑 수주전’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이달부터 서울 내 정비사업 조합의 시공사 선정 시기가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으로 자금을 원활히 조달하면서 건축·교통 심의 등을 동시 진행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주요 정비사업에서 수주하지 않은 삼성물산이나 DL이앤씨 등이 적극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관측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동작구 노량진1구역(2992가구)은 이달 말쯤 시공사 선정 공고를 낼 계획이다. 노량진1구역은 노량진 재개발 구역에서도 서울 지하철 1·9호선에 가깝고 규모도 가장 커서 핵심 사업장으로 꼽힌다. 3.3㎡당 공사비는 700만원 선, 총공사비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조합은 시공사 선정 단계에서 제안하는 중대한 설계 변경으로 공사비가 급증할 것을 우려해 경미한 변경 내에서 대안 설계를 낼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또 일반분양 아파트의 마감재와 관련해 조합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도 넣었다.
여러 구역으로 나뉜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선 하나의 건설사가 여러 구역 시공을 맡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 시공계약 조건이 다르면 조합마다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2~8구역은 이미 SK에코플랜트, 포스코이앤씨,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 6개 건설사가 나눠서 시공을 맡았다. 아직 노량진 구역에서 시공을 맡지 않은 삼성물산과 GS건설 등이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건축 심의를 앞둔 한남4구역(2167가구)과 5구역(2555가구)도 연말까지 시공사를 선정하겠다는 목표다. 5구역에선 삼성물산과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SK에코플랜트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남2구역은 대우건설이, 3구역은 현대건설이 수주했다.
건축 심의 단계인 성수전략정비구역에서도 시공사 선정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일부 지구가 내부적으로 시공사 선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구역은 서울시가 1~4지구에 대한 정비계획 변경안을 최근 내놓으면서 가구 수·층수 등에 대한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다만 정비업계에선 변경안이 확정돼야 내역입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적은 금액으로 공사비를 결정했다가 추후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역입찰은 공사 종류별 단가와 금액을 담은 입찰금액 산정 명세서를 입찰서와 함께 제출하는 방식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선별 수주 양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