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서울시 내 민간·공공 아파트 공사장의 설계·시공·감리를 긴급 점검한다.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일어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설계~시공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부실'로 드러나면서다. 특히 앞서 무너진 상품백화점과 광주화정아이파크에 이어 검단신도시 안단테 지하주차장에 적용된 무량판 구조의 안전성을 집중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오는 10일부터 한 달간 무량판 구조 등 특수구조를 적용한 민간 아파트 공사장 안전성을 긴급 점검한다고 8일 발표했다. 서울시 공동주택 품질점검단을 구성해 10개 내외 민간 아파트 공사장과 2개소 내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공사장에 투입한다. 검단신도시 아파트와 유사한 특수구조를 적용한 건축물 공사장 5개소엔 서울시 건축안전자문단을 파견한다. 서울시는 현장별로 3일간 1차 설계도면 등 서류점검, 2차 현장점검을 실시하며 시공·감리·감측이 설계도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특히 철근탐사기(스캐너)를 투입해 지하주차장 붕괴 원인이었던 전단보강근 등 철근 배근이 적정한지 점검한다. 슈미트 해머를 활용해 콘크리트 강도도 확인할 예정이다.
지난 4월29일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벌어진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는 설계부터 감리, 시공까지 공사 전 과정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란 게 국토교통부의 조사 결과다. 검단신도시 안단테는 총 25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1666가구 규모 아파트를 만드는 대규모 사업으로, 한국주택도시공사(LH공사)가 시행을 맡고 GS건설이 시공을 맡은 단지다. 2021년 5월 착공해 오는 10월 준공, 연말 입주 예정이었다.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지난 5일 주차장을 떠받치는 32개 기둥에 철근 보강(전단보강근)이 이뤄져야하는데 설계부터 15개 기둥에서 누락됐다고 밝혔다. 또 감리자가 설계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시공사에 도면을 넘겼으며, 시공 단계에서도 조사 가능한 8개 기둥 가운데 4개 기둥에서 철근 보강이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콘크리트의 강도도 설계 기준의 70%에 불과했다. 식재공사 과정에선 설계값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토사를 적재하면서, 안 그래도 전단보강근이 부실한 기둥에 더 많은 하중을 가해 무너진 것으로 파악됐다.
실효성 없는 감리를 방지하고 부실시공의 원인을 쉽게 찾아내기 위해 서울시는 2022년 7월부터 100억원 이상 공공공사 74개 건설현장에서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시설물을 해체하거나 땅을 파지 않아도 부실시공의 원인을 찾기 위한 조치다. 서울시 관계자는 "설계 도면대로 시공하고 있는지, 작업 방법과 순서를 지키고 있는지, 안전규정을 준수하는지 등 품질과 안전사고 관리감독에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작년 10월 이미 국토교통부에 부실시공 방지를 위한 사진·동영상 촬영을 모든 건축허가 대상 건축물로 확대할 수 있도록 건축법 개정을 건의했다.
2024년부터는 100억원 미만 공공 공사와 민간 공사장에서도 동영상 기록 관리를 의무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난 3월 동영상 기록관리 확대를 위해 공공공사 계약 특수조건에 동영상 기록관리를 의무화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동영상 기록관리를 하고있지 않은 민간 공사장은 사진과 도면 만으로 관리돼 사고 발생시 원인을 파악하기 쉽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며 "대부분 관리감독자가 직접 현장에 가서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현장 감독이 소홀하게 되면 부실시공과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법령개정 전까지 건축허가 조건으로 주요공정별 사진 및 동영상을 촬영해 보관토록 하기로 했다. 유창수 행정2부시장은 “부실 공사 방지와 안전·품질확보를 위해 건설공사장의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관리하고, 영상 분석을 통해 부실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며 “민간공동주택 현장과 건축공사 긴급 품질점검으로 안전도시 서울을 만들어 가겠다”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