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아우디 e-트론을 타는 김모씨(57)는 전기차 충전을 위해 들고 다니는 멤버십 카드만 12개다. 전국 충전기 사업자가 109개에 달해 환경부가 발급한 카드만으론 호환(로밍)이 안 될 때가 많아서다. 김씨는 “호환되더라도 비회원 대우를 받아 충전 가격이 훨씬 비싸다”며 “충전할 때마다 새로 가입하는 게 낫다”고 토로했다.
전기차 충전 사업자 시장에 여러 업체가 난립하며 불편함을 호소하는 차주가 늘고 있다. 충전 사업자 민간 개방으로 충전소는 증가했지만 제각각인 충전소 요금과 충전 요건 탓에 통합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환경부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 사업자는 지난달 말 기준 109개에 달한다. 2020년 12월 말 52개에서 2년 반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매년 30% 이상 폭증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전기차 충전 사업을 민간에 개방하고 충전기를 설치하면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와 SK, LG, GS그룹 등 대기업과 중소 업체들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단기간에 사업자가 증가하다 보니 충전소별로 요금과 회원 혜택 등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한 전기차 차주는 “월 1만~2만원의 구독 서비스를 신청할 경우 해당 업체의 충전기만 써야 하는데 이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고속도로 등을 다니다 보면 생소한 업체의 충전기를 사용해야 해 불편하다”고 말했다.
여러 업체가 연합해 통합 카드를 만들었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뚜렷하다. 충전 사업자 간 결제정보를 주고받는 데 그쳐서다. 회원 가입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되긴 하지만 1.5~2배 비싼 ‘비회원 요금’을 내야 할 때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업체가 난립하고 있어 충전 사업자 간 완벽한 제휴가 어렵다”며 “현재로선 회원 가입을 늘려 요금을 아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세업체의 경우 충전기 설치 보조금만으로 이익을 남긴 뒤 방치하는 사례가 많아 통합이 어려운 때도 있다.
수요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인적이 드문 곳에 설치하는 사례도 많다는 지적이다. 충전소 수는 늘고 있지만 고속도로 등 필요한 곳에선 장시간 대기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전국 전기차 충전기 23만505대 중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충전기는 1164대다. 전체의 0.5%다. 경부고속도로(부산 방면) 18개 휴게소 중 전기차 충전기는 모두 70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교통량이 많은 수도권엔 숫자가 적다. 경북 칠곡군 칠곡휴게소엔 13대가 있지만 서울 양재와 기흥 등엔 2대밖에 없다. 경부고속도로 휴게소 한 개당 평균 설치 대수(3.8대)의 절반 수준이다. 양동학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사회 전체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조건 충전소를 늘리기만 할 게 아니라 전체적인 통합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