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검단신도시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일어난 주차장 붕괴는 총체적 부실이 낳은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설계와 시공, 감리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았는데 주택 건설 분야 대표적인 공기업과 대기업이 책임을 진 공사 현장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시공 중이었기에 망정이지, 입주 후였다면 참사가 일어날 뻔했다.
국토교통부의 실태 조사를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다. 설계 과정에서부터 기둥과 상부를 연결해주는 철근부품(전단보강근)이 32개 기둥 가운데 절반이 누락됐다. 감리 단계에서 이런 실수를 확인하지 못했고, 시공사와 발주처도 이를 발견하지 못한 채 시공에 들어갔다. 시공 단계에선 시공사가 설계서에서 넣으라고 한 철근마저 일부 기둥에서 빼면서 하중을 감당할 힘이 부족했다. 콘크리트 강도도 설계 기준의 85%를 밑돈 데다 지하주차장 상부에 조경을 위한 흙을 설계보다 두 배로 높게 쌓으면서 추가 하중을 견디지 못해 붕괴했다. 발주처인 LH 역시 단 한 차례도 품질관리를 하지 않는 등 감독이 엉망이었다. 부실에 부실이 얹히면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작년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건설현장 붕괴 사고로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도 아무런 각성이 없었다. 모두 기본을 망각해 일어난 일이다. 당국은 부실에 대해 엄정한 조치를 취하고, 건설 현장을 고강도 점검해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GS건설은 아파트 전체를 재시공하기로 했다. 수천억원의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게 신뢰 회복이다. 전면 재시공은 이를 위한 첫발일 뿐이다. GS건설은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뼈를 깎는 고통을 통해 새롭게 태어날 것”이라고 했는데, 당국의 처분을 모면하기 위한 임시방편이어선 안 된다. GS건설은 이미 준공한 아파트에서도 잇따라 문제가 불거져 대표 브랜드인 ‘자이’의 평판이 곤두박질친 마당이다. 건설사가 안전에 대해 신뢰를 못 준다면 존망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다. 사즉생의 각오로 부실 시공을 근절하고, 안전관리 시스템을 혁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