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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테슬라’를 목표로 하는 전기차(EV) 제조업체 빈패스트(VinFast)가 이달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다. 베트남 최대 기업으로 꼽히는 빈(Vin)그룹은 빈패스트를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투자했던 중국 비야디(BYD)에 맞먹는 기업으로 키워나가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제조 역사가 짧은 점, 부진한 실적 등은 약점으로 꼽힌다.○스팩과 합병해 뉴욕증시 입성르 티 투 투이 빈패스트 최고경영자(CEO)는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전기차 시장은 활짝 열려 있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또 “세계가 전기차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빈패스트는 축소되는 시장에서 점유율을 놓고 경쟁하지 않는다”고 했다. 빈패스트가 지난해 내연기관차 사업을 중단하고, 전기차에 집중하기로 한 걸 뜻하는 말이다.
빈패스트는 오는 20일까지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인 블랙스페이드에퀴지션과의 합병을 완료하겠다는 내용의 신고서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최근 제출했다. 스팩과의 합병을 통한 우회 상장으로 뉴욕증시에 입성한다는 계획이다. 스팩과의 합병은 빈패스트의 기업가치를 230억달러(약 30조원)로 전제하고 이뤄졌다.
빈패스트는 원래 지난해 말 뉴욕증시에 상장할 예정이었으나, 기업공개(IPO) 시장이 침체하면서 일정을 연기하고 방식도 스팩 합병을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투이 CEO는 “18~24개월 내로 자본시장이 정상화되면 빈패스트는 자력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빈그룹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빈그룹은 이미 상장 준비 과정에서 25억달러 추가 투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빈패스트는 ‘베트남의 삼성’이라고 불리는 빈그룹이 2017년 9월 세운 베트남 최초의 완성차 업체다. 2018년 6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하노이 공장을 사들이며 사세를 키웠다. 현재 연간 생산 능력은 25만~30만 대다. 빈패스트가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건 2021년이다. 올해 캘리포니아주에 13개의 쇼룸(전시 공간)을 꾸며 미국 진출에 나섰다. 지난 3월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를 투입해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 전용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베트남은 시장 규모도 비교적 작고, 전기차 제조 역사도 짧다. 그러나 빈패스트는 빈그룹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기술 결함 논란…실적도 큰 폭 악화하지만 빈패스트가 세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미국 자동차 잡지 카앤드드라이버는 빈패스트가 지난해 12월 현지에 처음 선보인 ‘VF8’이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올 5월에는 대시보드 화면과 관련한 기술 결함이 발견되면서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으로부터 리콜 명령을 받기도 했다. EV 개발부터 뉴욕증시 상장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면서 검증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가 관계자는 “잠재적 투자자 사이에서 빈패스트의 미국 진출 속도와 차량 품질과 관련한 우려가 번지고 있다”고 했다.
실적도 부진하다. 빈패스트는 1분기에 5억9800만달러의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1분기(4억1100만달러)보다 손실 규모가 커졌다. 사업 확장을 위해 판매가격을 낮추고, 내연차량 판매를 중단한 여파였다.
최근 뉴욕증시에서 전기차 업체들의 주가는 연일 상승세다. 5일 리비안(4.45%) 니콜라(4.38%) 등의 주가가 상승 마감했다. 대장주인 테슬라와 리비안에 이어 니콜라까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내서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