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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전기차 핵심 원료 니켈 처리 기술을 선점하면서 세계 최대 니켈 매장국인 인도네시아를 장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은 반도체 소재인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하면서 미국과의 ‘핵심 광물 전쟁’ 서막을 열었다. 미국이 원자재 시장에서 커지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막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中기업, 인니서 공장 3곳 설립…해외 기업과 협력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은 전기차에 필요한 니켈의 정제 과정을 전수하면서 막대한 니켈 매장량을 확보한 인도네시아를 길들였다(tame)"며 "이런 식으로 중국은 세계 최대 원자재 공급원으로 지배력을 키워왔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니켈 보유생산국이다. 지난해 미국 지질조사국 조사(USGS)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 채굴할 수 있는 니켈 매장량은 전 세계 매장량의 22%에 달했다. 세계 1위다. 생산량은 1000킬로톤(Kt)으로 세계 생산량 중 37%를 차지한다.
인도네시아는 5년 전만 해도 니켈을 대량으로 채굴하지 못했다. 기술력이 부족해서다. 이런 인도네시아에 손을 내민 건 중국이다.
중국은 최근 인도네시아에 적어도 3개 이상의 니켈 관련 공장을 설립했으며 추가로 건설하고 있다. 대부분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합작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포드자동차는 인도네시아의 니켈 처리시설에 45억달러(약 5조8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3월 발표했다. 이 사업에는 PT발레 인도네시아와 함께 중국의 대형 제련회사인 저장화유코발트도 참여한다.
포스코홀딩스는 인도네시아에서 중국 닝보리친과 니켈 생산에 상호 협력하는 합의각서(MOA)를 2월 체결했다. 포스코와 닝보리친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 니켈 함유량 기준 연산 12만t 규모의 니켈 중간재(MHP) 생산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앞다퉈 중국 기업과 손잡은 이유는 니켈 처리공정에 필요한 공정인 고압산침출(HPAL) 기술력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 기업의 HPAL 기술에 문제가 많았지만, 그동안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이를 개선해왔다. 대표적으로 중국 국영 기업의 자회사 ENFI는 파푸아뉴기니 공장에 이 기술을 도입해 노하우를 쌓아왔다.
중국 회사들은 파푸아뉴기니에서 숙련된 기술 인력을 인도네시아 파견해 기존 모델을 벤치마킹했다. 파푸아뉴기니에 위치한 니켈 매장지의 지분을 가진 캐나다 회사 니켈28의 전략 책임자인 마틴 비드라는 "중요한 것은 기술과 지식을 전달하는 중국의 능력"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인도네시아 광산회사인 하리타 그룹은 중국의 닝보리친과 함께 인도네시아 최초의 전기차용 HPAL 공장을 건설했다. 이 공장에는 파푸아뉴기니에서 활동한 ENFI의 설계자가 파견돼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中장악력에 美 난감…지정학적 리스크도 이런 중국의 거침없는 행보는 지정학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특히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난감하게 하고 있다.
미국 IRA에 따르면 전기차 세액공제(보조금)를 받으려면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채굴·가공한 핵심 광물을 써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미국과 FTA 대상국이 아니다. 이 규정에 따라 중국 기업이 연루된 인도네시아 니켈 사업이 정밀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기업을 대체할 곳을 찾기도 현재로선 쉽지 않다. WSJ은 "중국이 광물 확보를 위한 세계적인 경쟁에서 한발 앞서면서 미국 기업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 정부의 노력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중국이 니켈뿐 아니라 핵심 광물 전반적으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원자재 컨설팅회사 CRU 그룹은 세계 코발트 채굴량의 41%, 리튬 채굴량의 28%, 니켈 채굴량의 6%를 각각 중국이 통제할 수 있게 됐다고 추산했다. 중국 본토에 많이 매장된 흑연의 경우 글로벌 채굴량의 78%를 중국이 장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