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으면 뭐해, 미래가 없는데'…中 부자들, 태국으로 대탈출

입력 2023-07-06 07:00
수정 2023-08-0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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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에 있는 국제학교 주가가 올 들어 급격히 치솟았다. 중국 당국의 규제를 피해 태국으로 넘어온 유학생 수가 불어나고 있어서다. '공동부유(다 같이 잘살자)'라는 기조가 강화하면서 태국 국제학교에 대한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태국 증권거래소에서 싱가포르 방콕국제학교(SISB)의 주가는 12개월간 216% 상승했다. 세계 교육 서비스 기업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올 들어선 75%가량 주가가 급등했다. 기업가치는 5억달러를 넘어섰다.



수익도 크게 개선됐다. 올해 1분기 SISB의 순이익은 1억 5900만밧(약 5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수익을 기반으로 오는 8월 방콕에 새 캠퍼스 2개를 확장할 계획이다.

2001년 태국 방콕에서 설립된 SISB는 싱가포르식 교육 체계를 태국 국제학교에 접목했다. 비싼 등록금(연 2만달러)에도 수학과 과학 교육에 특화됐다는 입소문을 타며 학생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방콕 캠퍼스를 4개로 확장했다. 규모가 점점 커지게 되자 자율적으로 학교를 운영하기 위해 2018년 방콕 증시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다.

SISB 주가가 급등한 배경엔 중국인 유학생이 있다. 지난 3월 SISB에 입학 원서를 제출한 중국인 학생 수는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했다. 캠퍼스 4곳의 학생 수는 총 328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이 중 715명이 외국인 유학생으로 중국인 유학생 비중이 68%에 달했다.

캘빈 고 SISB 최고경영자(CEO)는 "태국과 중국 남부지역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싱가포르에 비해 생활비가 저렴해서 중국인 이주민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며 "태국은 문화적으로도 중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이 부유층을 압박하자 고국을 등지는 부호가 급격히 늘었다. 당국이 내세운 '공동부유(다 같이 잘살자)'라는 기조가 강화되고 있어서다. 투자 이민업체 헨리 앤 파트너스에 따르면 자산 100만달러 이상인 중국 부유층 1만 800명이 이민을 택했다. 올해는 1만 3500여명이 중국을 떠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을 떠난 부호들은 자녀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하려 태국으로 향했다. 지트라 아모르틈 FSS인베스트먼트 애널리스트는 "서구식 자녀교육을 원하는 중국인 부모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다만 미국 등 서방으로 이주하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해 태국에 정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