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유럽연합(EU)이 빅테크 기업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막기 위해 제정한 ‘디지털시장법(DMA)’ 규제 대상 기업 후보에 올랐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에 적용된 ‘삼성 인터넷’ 앱이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DMA 적용 대상이 되면 데이터 수집과 이를 활용한 영업활동에서 EU의 강한 규제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빅테크 플랫폼 기업과는 성격이 다른 제조업체”라는 점을 EU에 적극 소명할 계획이다.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4일(현지시간) “DMA상 ‘잠재적 게이트키퍼’(규제 대상 플랫폼 기업)에 해당하는 알파벳, 아마존, 애플, 바이트댄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삼성전자 등 7개사로부터 각 사의 주요 플랫폼 서비스를 통보받았다”고 발표했다.
DMA는 소비자와 판매자를 중개하는 ‘관문’ 역할을 하는 대형 플랫폼 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활용한 영업활동을 방지하기 위해 EU가 제정한 법안이다. 내년 1분기부터 시행한다. 집행위는 법 시행에 앞서 게이트키퍼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에 지난 3일까지 자진 신고하도록 했고 7개사가 응했다.
DMA 적용 대상 플랫폼 분야는 △가상비서 △검색엔진 △광고서비스 △비디오공유서비스 △온라인중개서비스 △운영체제(OS) △인터넷 브라우저 △커뮤니케이션서비스 △클라우드 컴퓨팅 △SNS 등 총 열 개다. 이 분야에서 △유럽 3개국 이상에서 동일한 서비스 제공 △과거 3년간 유럽 연 매출 75억유로 또는 전년 말 기업가치 750억유로 이상 △과거 3년 EU 내 활성이용자 월 4500만 명 또는 기업 고객사 1만 개 이상의 조건을 충족하면 게이트키퍼에 오른다. EU "갤럭시폰 기본 앱에서 '삼성 인터넷' 삭제 허용해야"삼성전자는 당초 디지털시장법(DMA) 적용 대상 기업인 ‘게이트키퍼’로 거론되지 않았다. 법안 취지가 애플, 알파벳(구글 모회사),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입법 과정에서 규제 대상 플랫폼에 ‘인터넷 브라우저’가 추가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갤럭시 스마트폰에 브라우저 ‘삼성 인터넷’ 앱이 기본 탑재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유럽연합(EU) 내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 기준 34%로 1위다.
게이트키퍼로 확정되면 10개 규제 대상 플랫폼 중 각 기업이 해당되는 분야에서 규제를 받게 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인터넷 브라우저를 활용해 취득한 고객 데이터를 결합·이전할 수 없고 광고에 활용하는 것이 제한된다. 피해가 작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신사업을 개발하고 있어서다.
갤럭시 구매자가 삼성 인터넷을 기본 앱에서 제외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앱 활용 때 삼성 관련 서비스를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하는 것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의무 사항을 위반하면 직전 연도 글로벌 매출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받을 수 있다. 법 위반 행위를 반복하면 과징금 상한선은 매출의 20%로 올라간다.
집행위원회는 향후 45일간 각 사의 보고서를 토대로 내부 평가를 거쳐 게이트키퍼 명단을 확정해 공개할 방침이다. 삼성 관계자는 “빅테크 플랫폼 기업과는 다른 ‘제조업체’라는 점을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