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의 범용 화학소재 사업 구조조정 방침에 애널리스트들이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2차전지와 고부가가치 플라스틱 소재에 집중하면 ‘첨단소재 대장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LG전자 LG이노텍처럼 과감한 사업 재편으로 시장에서 재평가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퍼지고 있다. ○주가 재평가 계기 되나
5일 LG화학 주가는 0.59% 내린 67만600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틀 연속 오른 뒤 조정을 받았다. 다른 화학주와 달리 상승세를 보인 건 구조조정과 관련한 뉴스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이 LG화학의 여수 나프타분해설비(NCC) 2공장 매각을 보도한 지난 3일 주가는 3.6% 올랐다.
LG화학은 당일 공시를 통해 공장 매각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석유화학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애널리스트들의 반응은 주가 움직임보다 더 강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배터리와 친환경 소재 분야로 기업 아이덴티티(정체성)가 바뀌고 있는 점이 중요한 투자 포인트”라며 “LG화학은 아직 첨단소재 부문 매출이 석유화학의 절반 수준이고 양극재 이익이 대부분 자회사에서 나오고 있어 화학업종 밸류에이션을 적용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첨단소재 사업의 외형이 커지면 첨단소재 기업으로 재평가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2차전지 소재 등 일부 첨단소재 기업 중에선 주가수익비율(PER)이 100배 안팎에 달하는 기업도 있다. 평균 PER이 12.6배에 그치는 화학업종과 대조적이다. ○LG그룹도 화학사업 재편 지원여수 NCC 2공장 매각은 선제 구조조정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인력 재배치를 추진하겠다”는 회사 경영진의 메시지도 외부에 공개됐다. 지난달 LG화학이 생명과학부문 체외진단용의료기기사업부를 매각한 것도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 재편의 일환이다.
LG화학은 이런 구조조정을 통해 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혁신 신약 등 ‘3대 신성장동력’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할 계획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한 A·B·C(인공지능 바이오 클린테크) 사업과도 맥락이 닿는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최근 5년간 다른 LG그룹 계열사들의 사업 구조조정 성공 사례를 목격했기 때문에 기대가 더 크다”고 했다.
LG전자가 2021년 휴대폰사업(MC사업본부)에서 전격 철수한 게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이후 LG전자는 전장과 기업 간 거래(B2B) 사업에 집중했다. 2020년 4만1600원까지 하락했던 LG전자 주가는 사업 구조조정 발표 직후 19만원을 넘어섰고 현재 12만원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성장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카메라 모듈과 3D 센서에 집중한 LG이노텍도 주가가 2020년 7만원대에서 현재 31만원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