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가 서비스와 학문으로는 글로벌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신약, 의료기기 등 산업 면에서 보면 다소 뒤처졌습니다. 의대에 진입한 양질의 인력이 바이오헬스 산업 성장을 주도해야 합니다.”
노두현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사진)는 5일 경북 포항시 포스텍 포스코국제관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미래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의료시장 변화에 맞춰 새로운 바이오·헬스케어 시장으로 양질의 인력이 많이 진출해야 한다는 취지다. 노 교수는 인공지능(AI) 기반 의료 소프트웨어와 수술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인 코넥티브 창업자다.
그는 의료가 산업으로 성장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초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늘어나는 데다 많은 인력이 이 분야로 진출하고 있어서다. 빅데이터 혁명으로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환경이 변하는 것도 한국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던 때 나침반, 범선이 발명된 것과 현재의 의료산업이 비슷하다”고 했다.
한국은 영상의학 분야 논문 순위 2위, 정형외과 분야 논문 순위 5위에 오를 정도로 학문적으론 세계적 수준에 올랐다. 하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의약품과 의료기기 시장은 여전히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 제조업체의 80%가 매출 규모 10억원 미만인 영세 기업이다.
이런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게 노 교수의 평가다. 화학의약품, 바이오의약품이 주도하던 의료 분야에서도 디지털 기술 혁명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의료기관들의 디지털화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국내 의료기관의 전자의무기록(EMR) 보급률은 100%에 달한다. 해외엔 아직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지 않은 병원이 많다. 그는 “새로운 기술과 산업의 발전으로 견고한 선진국 위주 의료 공급자 시장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며 “한국의 높은 의료서비스 품질과 제품이 결합하면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