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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대 450㎏.’
태평양 한복판의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CCZ)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의 열대우림에서 니켈을 채굴할 때 바이오매스(미생물 등 생태계 순환 과정을 구성하는 생물의 총 덩어리)의 손실량이다. 심해인 CCZ에서의 바이오매스 손실량이 육상인 술라웨시섬의 3%에도 못 미친다. 또 CCZ의 심해에서 니켈 1t을 채굴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6t이지만,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에서는 같은 양인 니켈 1t을 얻으려면 그의 10배인 60t의 탄소 배출을 감수해야 한다. 해저의 고품위(고품질) 복합광물 단괴에는 육상 광물보다 고농도로 금속이 함유돼 있어, 적은 에너지로도 추출해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전기자동차, 신재생에너지 저장장치 등에 탑재되는 배터리의 핵심 광물을 친환경적·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심해 채굴이 필수적”이라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곳곳에서 배터리 광물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친환경 기준까지 충족하려면 심해 채굴이 적합한 방법이라는 뜻이다. 대표적 공급 부족 광물인 니켈은 각국이 정해둔 탈탄소화 목표를 달성하려면 2040년까지 매년 4800만t이 필요하다는 게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예상이다. 이는 현재 생산량보다 약 19배 많다.
심해저에 매장돼 있는 망간단괴는 폭증하는 배터리 광물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해수와 퇴적물에 있는 금속 성분이 해저 면에서 침전되면서 형성된 망간단괴는 흑갈색의 감자 크기 덩어리다. 망간, 니켈, 코발트 등 40여 종의 금속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CCZ 해역의 망간단괴에 포함된 니켈만 3억4000만t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 지질조사국이 추정한 세계 육상 니켈 매장량의 3배를 웃도는 양이다. 심해저의 망간단괴가 ‘바닷속 노다지’로 불리는 이유다.
그간 심해 채굴의 위험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돼 왔다. 호주 비영리단체인 민더루재단의 해양과학자 토니 워비는 “심해 생태계는 형성되는 데만 수천 년이 걸리는데, 채굴이 늘면 순식간에 파괴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배터리 생산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필수 광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채굴해야 한다”며 “해저의 망간단괴를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면 육지 삼림을 지금처럼 심각하게 훼손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도했다. 벨기에 심해 채굴 회사인 글로벌 시(sea) 미네랄 리소스의 상무이사 크리스 반 니젠은 “세계의 광물 확보 경쟁으로 열대우림 파괴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심해 채굴은 불가피한 절충안”이라고 했다.
중국을 비롯해 노르웨이, 영국, 캐나다 등 주요국은 이미 심해 채굴 전쟁에 뛰어들었다.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공화국과 함께 CCZ 심해 채굴을 준비하고 있는 캐나다 광산기업 더메탈스컴퍼니(TMC)가 대표적이다. 베이징 파이오니어, 차이나 머전트, 차이나 민메탈 등 중국 기업 세 곳도 해저 광산 시대를 앞서나가기 위해 경쟁 중이다. 유엔 산하 국제해저기구(ISA)는 오는 9일 이후 심해 채굴을 허가하는 면허 발급 절차를 시작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