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의 대표 브랜드 ‘타임’(사진)이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선언했다. 올해로 탄생 30주년을 맞은 타임은 백화점에서 해외 럭셔리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몇 안 되는 토종 브랜드 중 하나다.
꾸준한 고급화 전략으로 국내 여성복 분야에서 1위를 지켜왔다. 타임의 이번 행보에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의중이 담겨 있다. ○“K명품으로 키우겠다”
한섬은 해외 시장을 겨냥한 타임의 신규 라인 ‘더 타임’을 론칭한다고 5일 발표했다. 6일에는 서울 잠원동 서울웨이브 아트센터에서 더 타임의 다양한 제품을 처음 공개하는 패션쇼도 연다. 한섬이 자체 패션쇼를 여는 건 1987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해외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섬은 내년에 열리는 파리패션위크를 발판 삼아 해외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파리패션위크는 매년 봄·여름(S/S) 시즌과 가을·겨울(F/W) 시즌을 앞두고 열린다.
타임의 궁극적 목표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다. 여성복뿐 아니라 남성복, 잡화를 아우르는 럭셔리 부티크로 키운다는 게 한섬의 청사진이다.
국내 브랜드 중 여성복과 남성복 라인이 모두 매출 1000억원을 넘는 ‘메가브랜드’로 자리 잡은 건 타임이 유일하다. 지난해 타임과 ‘타임옴므’ 매출은 각각 2700억원과 1000억원에 달했다. 액세서리와 가방 등 잡화도 급성장하고 있다.
타임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 건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올해 초 신년사에서 강조한 ‘리프레이밍(reframing)’과 궤를 같이한다. “경영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시각으로 사업을 재편해야 한다”는 게 정 회장의 의지다.
국내 패션시장이 꾸준히 커지고 있긴 하지만, 인구 급감 등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파이가 더 큰 해외시장을 노려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섬은 해외 진출을 계기로 앞으로 5년 내 타임의 매출 규모를 5000억원대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치밀한 준비 거쳐한섬은 2020년부터 타임의 해외 진출을 준비해왔다. 그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고, 작년에는 더 타임을 위한 별도의 디자인실을 마련하는 등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해외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디자인부터 소재, 패턴까지 기존 제품과 차별화했다. 한섬 관계자는 “한국인 체형에 맞춰진 기존 패턴을 범용성 높은 와이드핏으로 바꾸고 팔 길이도 0.5~1㎝ 길게 제작했다”며 “부드러운 소재를 선호하는 북미·유럽 고객의 취향에 맞춰 셔츠에 실크 소재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10년 가까운 기간 글로벌 영업 인프라를 구축해온 것도 타임의 해외 진출을 위한 포석이었다. 한섬은 2014년 ‘파리 패션의 중심지’라 불리는 마레 지구에 편집숍 ‘톰 그레이하운드 파리’ 매장을 열고 현지 바이어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글로벌 패션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한섬의 또 다른 브랜드 ‘시스템’ ‘시스템옴므’는 2019년부터 파리패션위크에 참가하며 20여 개국 50여 개 도매(홀세일) 업체들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