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미국의 공인중개사협회(NAR)는 주택 구매자와 판매자들의 성향을 나타내는 보고서(Profile of Home Buyers and Sellers)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으로 살펴봤습니다. 국내 주택 구매자들과의 비교뿐만이 아니라 팬데믹 이후의 주택 트렌드의 변화도 알 수 있습니다.
생애최초 주택구매자는 2021년 34%에서 26%로 떨어졌습니다. 이 수치는 통계 작성이래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생애최초 주택구매자의 연령도 36세로 높아졌습니다. 이는 작년 33세에 비해 세살 높아진 겁니다. 연속구매자(repeat buyer)의 연령 또한 59세로 가장 높은 연령대를 기록했습니다.
대략 30%대에서 움직이던 미국의 생애최초 주택구매자의 비중이 낮아진 것은 주택을 구입하기 힘든 환경을 반영합니다.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연 7%에 육박하고 주택수요는 여전하지만 공급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신규주택의 착공물량도 많지 않지만 기존주택 소유자 또한 새주택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주택대출을 새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장에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의 상황은 반대입니다. 과거에 비해 숫자는 많이 줄었지만 2023년 3월을 기준으로 생애최초 주택구매자의 매수비중은 39.3%였습니다. 이중 20대와 30대의 비중을 합하면 53.8%나 됩니다. 이는 올해 1월 말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되었고, 생애최초 주택구매시 담보인정비율(LTV)를 80%까지 허용하면서 고금리와 부동산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비중이 높아진 겁니다.
미국과 같이 주택금융이 발달한 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담보대출에 대한 규제완화가 생애최초 주택구매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주택시장에서의 정부의 존재이유는 무주택자들이 더 쉽고 안정적으로 주택을 매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겁니다.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론이 확대되기를 기대합니다.
결혼을 앞두고 주택 구매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합니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61%의 주택구매자는 부부입니다. 하지만 17%는 싱글여성, 9%는 싱글남성, 그리고 10%는 결혼하지 않는 동거커플입니다. 생애최초 주택구매자의 경우에는 비혼 동거커플의 비중이 18%까지 높아집니다. 이 수치 또한 통계집계이래 가장 최고치입니다.
우리나라는 저출산이 심각합니다. 현재 모든 정책이 결혼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반면 청약시장에 있어서 1인가구나 비혼가구에 대해서는 지원이 없습니다. 하지만 동거커플이 늘어나고 비혼커플들의 출산이 늘어나는 해외의 추세를 고려한다면 동거커플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14%의 주택 구매자들은 세대통합이 주택구입의 주요 목적입니다. 이유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거나 비용절감 때문입니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주거가 사회적 이슈로 제기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우리 청약제도에는 3대가 함께 사는 가구에 대한 특별공급제도는 없습니다. 노부모 부양을 넘어 육아와 부양 등을 위해 3대가 거주하는 가구에 청약기회를 확대하여 저출산, 고령화시대에 대응하는 제도 신설이 필요합니다.
일본에는 우리의 LH와 비슷한 UR도시기구이라는 공기업이 있습니다. 여기서 운영하는 임대주택에는 이웃할인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부모세대 인근(2km)에 거주할 경우 최대 5년, 월세의 20%를 지원합니다. 싱가포르 실버타운도 3세대가 근거리에 거주하며 생활하는 ‘세대통합형 주거단지’가 있습니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르는 문제점을 주택개발로 해결하려는 시도들입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나라도 서울시 은평구 혁신파크에 이런 세대통합형 주거단지가 도입된다는 소식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실패한 제도인 소셜믹스(social mix)보다는 에이지믹스(age mix)가 우리 실정에는 더 절실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비교적 짧은 기간이지만 팬데믹의 영향은 큽니다. 고령화와 합쳐져서 글로벌 주택시장에도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는 중입니다. 그 영향이 장기간 자리 잡을 수 있는 트렌드인지 일시적인 패션에 그칠지 계속 모니터링 해야겠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