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근무하는 신입 사무관 A씨는 휴대용 선풍기를 지니고 청사 안으로 들어오려다가 방호 요원의 제지를 받았다. 휴대용 선풍기를 넣은 가방을 보안검색대에 넣었는데 X레이 검색에 걸린 것이다.
‘폭발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반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방호 요원의 설명이었다. A씨는 “가뜩이나 무더운 여름철에 실내 냉방온도도 28도로 제한된 상황에서 휴대용 선풍기까지 반입을 금지하는 건 시대에 뒤떨어진 방침”이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세종청사를 비롯한 서울, 과천, 대전 등 모든 정부청사에선 2017년부터 스탠드형 선풍기를 제외한 탁상형 선풍기와 손풍기(휴대용 선풍기)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공무원뿐 아니라 청사를 방문하는 민원인들도 반입이 금지된다. 청사 입구 보안검색대 보관용 바구니에 선풍기를 넣어뒀다가 퇴근할 때 돌려받는다. 특히 무더운 여름철을 맞아 보안검색대 바구니에는 압수된 휴대용 선풍기가 쌓여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반입이 금지되는 이유는 폭발 위험 때문이다. 앞서 2017년 5월 경기 파주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손풍기가 폭발하면서 학생 13명이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때부터 휴대용 선풍기에 대한 안전 논란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사고원인은 중국산 배터리 과열 때문이었다.
정부청사를 관리하는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도 2017년 6월부터 휴대용 선풍기의 청사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KC마크나 전자파적합등록번호 등 인증을 받지 못한 휴대용 선풍기들이 폭발해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청사관리본부 관계자는 “휴대용 선풍기를 충전기에 오랫동안 꽂아놓았다가 과열로 불이 날 수 있다”며 “폭발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휴대용 선풍기 폭발 사고는 지금도 종종 발생한다. 휴대용 선풍기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주원료인 리튬은 폭발성이 큰 물질이다. 통상 리튬을 집적시키는 과정에서 분리막을 활용해 양극과 음극의 합선을 막는다.
과전압과 쇼트(부하) 방지를 위한 보호회로는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중국산을 비롯한 저가 휴대용 선풍기를 가격을 낮추기 위해 보호회로를 장착하지 않거나 품질이 낮은 분리막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저가의 중국산 제품을 중심으로 폭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공무원과 민원인들도 정부청사관리본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하지만 휴대용 선풍기 반입을 원천 금지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방침이라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실제로 휴대용 선풍기 반입을 원천 금지하는 민간 건물은 극히 드물다.
중앙동에서 근무하는 한 부처 간부는 “청사 냉방 시간은 통상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라며 “KC마크나 전자파적합등록번호 등 인증받은 제품에 한해서라도 제한적으로 반입을 허용하는 유연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