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도사' 손정의, 챗GPT는 놓쳤다

입력 2023-07-04 18:10
수정 2023-08-03 00:01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일찌감치 인공지능(AI) 관련 투자에 나섰던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사진)이 정작 챗GPT가 촉발한 생성형 AI 열풍에 올라타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는 6년 전부터 AI 기술에 주목하며 180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좋은 AI 투자처를 찾는 것이 얼마큼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손 회장은 6년 전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투자 펀드인 비전펀드를 출시하면서 “우리는 AI라는 한 주제만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그는 1400억달러(약 182조8400억원)가 넘는 자금을 4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기업가치 10억달러가 넘는 생성형 AI 유니콘 기업 26개사 가운데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회사는 하나뿐이다. 반면 소프트뱅크 경쟁사인 코투, 라이트스피드,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 등은 생성형 AI 기업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했다.

손 회장은 지난달 열린 연례회의에서 “내가 많은 실수를 해서 부끄러웠다”며 다시 AI 분야 선두에 서겠다고 약속했다.

소프트뱅크는 생성형 AI 중심에 선 반도체회사 엔비디아에 2017년 40억달러를 투자하면서 4대 주주로 등극했지만, 이를 2019년 매각했다. 이후 엔비디아 주가가 10배가량 치솟았다.

손 회장의 투자가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는 그가 생성형 AI가 아니라 AI 응용 기업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가 후원하는 기업의 90%가 AI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정작 AI 기술 개발에 특화된 기업엔 거의 투자하지 않았다.

WSJ는 “손 회장은 2017년부터 2022년 중반까지 실적발표에서 ‘AI’를 500회 이상 언급했다”며 “비전펀드가 AI 투자 트렌드를 놓쳤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