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라면 수출액이 4억달러를 돌파하면서 역대 상반기 최대치를 경신했다. 해외에서 K콘텐츠 후광 효과와 함께 K라면의 뜨거운 인기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상반기 라면수출 또 '역대 최대'
올해 상반기 라면 수출액이 지난해에 이어 상반기 기준 최대치를 새로 썼다.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관세청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라면 수출액은 4억4620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3억8328만달러)보다 16.4%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상반기 라면 수출액은 2015년(1억383만달러) 이후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4억달러 돌파는 2020년 상반기 3억달러 상회 이후 3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속 간편식으로 라면이 입지를 굳힌 점, K콘텐츠 확산 속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화제성이 이어진 점 등을 라면 수출 증가의 배경으로 꼽는다.
국내 공장에서 제조한 제품을 수출하는 삼양식품의 경우 2021년 '3억불 수출의 탑' 수상에 이어 1년 만인 지난해 12월 식품업계 최초로 '4억불 수출의 탑'을 품에 안았다. 삼양식품의 불닭 브랜드는 월드스타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이 즐겨 먹는 제품으로 꼽히며 전 세계 팬덤에 제품이 알려졌고, SNS에서 매운맛에 도전하는 '불닭 챌린지'가 확산해 해외에서 입지를 굳혔다.
국내 1위 라면기업 농심의 경우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4관왕의 영광을 안은 영화 '기생충' 속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로 주목을 받았고, 해당 제품을 정식 상품화하기도 했다. 농심 실적에 비춰 미국 등에서 K라면의 인기는 뜨겁다. 1분기 농심 미국법인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각각 40.1%, 604.7% 급증한 1647억원, 180억원을 기록했다. 당시 농심 전체의 영업이익 증가분 294억원 중 미국법인의 증가분(154억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13년 만의 가격 인하 …라면업계 '울상'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라면업계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한 분위기다. 정부의 전방위 압박으로 이명박(MB) 정부 이후 13년 만에 가격을 내리면서 이익 개선세에 제한이 걸렸기 때문이다.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 등 주요 라면기업은 이달부터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하했다. 대표적으로 시장 1위 농심이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각각 4.5%, 6.9% 내렸다. 신라면 가격 인하는 2010년 이후 13년 만이고, 새우깡 가격 인하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삼양식품이 삼양라면 등 12종, 오뚜기는 참깨라면 등 15종, 팔도는 11종 가격을 내렸다.
이는 제분사의 소맥분 가격 인하로 인한 조치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제분업계에 밀가루 가격 인하를 요구했고, 이에 제분(밀가루)·라면업계가 가격 인하에 돌입했다.
전문가들은 주력 제품 가격 인하에 따른 라면기업의 매출과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농심은 밀가루 가격 인하에 따른 비용절감액이 연간 약 80억원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농심의 올해 연매출이 (전망치에서) 약 230억원 가량 감소할 전망"이라며 "7월부터 밀가루 공급 가격이 약 5% 인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연결 영업이익은 기존 추정치보다 2~3%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의 가격 인하 결정은 추 부총리가 라면을 정조준해 인하를 권고한 후 채 2주일도 되지 않아 이뤄졌다. 추 부총리는 지난달 18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라면 가격과 관련해 "지난해 9∼10월 (기업들이 라면 가격을)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면서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국제 밀(SRW·적색연질밀) 가격은 6월 t당 232달러85센트로 지난해 6월보다 37.3% 떨어졌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