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4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상장사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현재 개별펀드의 40%까지만 가능한 일반지주회사의 기업형벤처캐피탈(CVC)의 외부출자 요건도 완화하는 등 벤처투자 분야 ‘족쇄’도 풀기로 했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상장사의 지배권을 확보할 정도의 주식을 취득할 때 일정 비율 이상을 의무적으로 공개매수로 확보하게 하는 제도다. 기업의 지배주주가 바뀌는 M&A 과정에서 일반 주주에게도 보유한 주식을 매각할 기회를 부여해 소액 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다. 한국은 1997년 1월 도입했지만 외환위기가 터지자 이듬해 2월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는 이유로 1년 만에 폐지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작년 12월 금융위원회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공식화하고 2024년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5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위와 협의를 거쳐 지분 25% 이상을 보유해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 잔여 주주를 대상으로 ‘총지분의 50%+1주’ 이상을 공개매수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국회 논의를 거쳐 연내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투자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벤처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벤처활성화 3법’ 개정도 추진한다. 정부는 내국법인이 민간 벤처 모펀드(재간접투자조합)에 투자하면 실제 투자 금액의 5%와 직전 3년 평균 투자액 대비 증가분의 3%에 대해 법인세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연내 추진할 계획이다.
개별펀드의 40%이내로 제한된 일반지주사의 CVC 외부출자 요건을 완화하고, 일반지주사가 극초기 기업을 집중 투자·육성하는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를 보유하는 것을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에도 나선다.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의 벤처 출자를 활성화해 공공자금 의존도가 높은 국내 벤처 생태계를 민간 주도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다.
산업구조 전환에 대응해 제도도 정비한다. 정부는 2024년 일몰 예정인 기업활력법을 상시법으로 전환하고 신산업 전환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 현재 과잉공급, 조특법 상 신성장·원천기술, 산업위기지역 내 산업 등으로 한정된 지원 대상에 공급망 대응,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추가시킨다. 지주회사 행위 제한 규제의 유예 기간도 현 3년에서 더 늘린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