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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시가총액이 영국 대표 지수를 넘어서며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다. 영국 상위 100대 기업의 주가를 가중평균한 값보다 단일 기업인 애플 주식의 가치가 크다는 설명이다. 금리 인상의 여파로 인해 런던 증시가 예상외로 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의 시가총액은 지난 30일 3조달러를 넘기며 영국 대표지수인 FTSE 100와의 격차를 큰 폭으로 벌렸다. 영국 대표 기업 100대 기업을 지수화한 FTSE100의 시가총액은 2조 파운드(약 2조 5416억달러)를 살짝 웃도는 수준이다.
애플이 FTSE100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에도 애플 주가가 고공 행진하며 런던 대표지수를 앞질렀다. 당시 애플의 시가총액은 2조달러를 웃돌았다. FTSE100도 2조 달러를 소폭 밑돌았다. 격차가 지금처럼 벌어지진 않았다.
애플은 ‘애플 실리콘’으로 알려진 반도체 자체 개발 능력을 기반으로 시가총액을 불려왔다. 애플은 2005년부터 자사 컴퓨터에 인텔 칩셋을 사용했다. 하지만 생태계 확장 및 부품 내재화를 위해 인텔과 결별하고 자체 개발에 나섰다. 애플 실리콘 덕에 원가를 절감하고 모든 제품 간 연결성을 강화했다. 애플만의 생태계를 조성한 것이다.
반도체 자립에 힘입어 애플 주가는 급격히 치솟았다. 올 들어 48%가량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주가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패시브 펀드도 애플 주식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시가총액이 커지면서 가중평균값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미국 대표지수인 S&P500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7%를 웃돈다.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가 S&P500 투자를 늘릴 수록 애플 매수세도 가팔라진다는 설명이다.
반면 런던 증시는 내내 부진했다. 다른 증시와 비교해도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올 들어 FTSE 100 지수 상승률은 1%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프랑스 CAC40 지수, 미국 S&P500 등은 10% 이상 치솟았다. 30년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 증시도 27% 이상 상승했다.
런던 증시가 금리 인상의 여파에 허덕이는 가운데 상승 모멘텀도 없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는 안도감에 증시가 회복세를 보인다. 하지만 영국의 물가는 계속 치솟으며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고강도 긴축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물가 상승세에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 중앙은행(BOE)은 지난 22일 통화 정책회의에서 현 4.5%인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시장에서는 영국의 최종금리가 6%대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들어 유가가 하락하며 에너지 부문의 낙폭이 커진 것도 FTSE100 지수가 주저앉는 데 영향을 줬다. FTSE100 지수 종목 가운데 프레스닐로 앵글로 아메리칸, 글렌코어 등 광산업체의 실적은 내림세를 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국 증시의 부진이 올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은행 바클레이즈는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상승) 늪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영국 증시를 지배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주목할 만한 모멘텀도 없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