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의식한 듯 자신의 대북 정책 내용이 담긴 책을 소개하며 "아직도 냉전적 사고에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3일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부 1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학교 교수가 쓴 '평화의 힘'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무척 반가운 책"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평화관, 평화를 위한 쉼 없는 노력, 성과와 한계, 성찰 등에 관해 언젠가 회고록을 쓴다면 담고 싶은 내용이 담겨 있다"고 책을 소개했다.
책 '평화의 힘'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관련 내용이 담겼다. 이 책을 쓴 최 교수는 문재인 정부 국가안보실 1차장 산하 평화군비통제비서관, 2차장 산하 평화기획비서관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문 전 대통령은 "분단국가로서 전쟁을 겪은 우리만큼 평화가 절실한 나라는 없다"며 "대화를 통한 남북 간의 적대 해소 노력과 지정학적 환경을 유리하게 이끄는 외교 노력 없이 쉽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평화를 얻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그 점에서 공산권 국가들과 수교하고 북한과 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했던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이야말로 우리 외교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대전환이고 결단이었다"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는 그 정책을 계승하고 발전시켰고, 그때 남북관계는 발전했고 상대적으로 평화로웠으며, 균형 외교도 증진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은 "(그러나) 그렇지 못했던 정부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일어났다"며 "남북관계는 후퇴하고 평화가 위태로워졌으며, 국민소득까지도 정체되거나 심지어 줄어들었다"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역대 정부가 평화를 위한 정책에서 일관성을 가지고 이어달리기했다면 남북관계와 안보 상황, 그리고 경제까지도 얼마나 달라졌을까 생각해 본다"며 "이 책이 우리 모두의 인식 지평을 넓히는 화두가 되기를 바란다"고 글을 마쳤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이 윤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윤 전 대통령은 전날 통일부의 역할을 두고 "그동안, 마치 대북 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했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한 바 있다.
또 지난달 28일에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기념행사 축사에서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