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를 이유로 다이어트약 처방을 거부한 비만클리닉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시정 권고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3일 인권위에 따르면 청각장애인 A씨는 지난해 8월 다이어트 상담을 위해 서울 구로구 B의원을 방문했다.
그는 병원 직원에서 청각장애 사실을 밝혔더니 병원 측이 상담을 거부했다고 주장, 이는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병원 측은 다이어트약의 난청 등 부작용을 우려해 A씨에게 약 처방을 하지 않은 것이며, 차별 행위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병원 측이 의학적 이유로 A씨의 진료를 거부했다기보다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부작용을 단정해 진료를 거부했다고 판단했다.
A씨의 청각장애 정도나 현재 건강 상태, 약물 부작용 경험을 문진 등으로 파악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B의원 측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장애 인권 교육을 하고 장애인 환자 의료서비스 제공에 대한 업무 매뉴얼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 권고를 받은 피진정인이 권고를 이행하려면 90일 안에 이행계획을, 이행하지 않으려면 그 이유를 인권위에 통지해야 하지만, B의원 측은 합리적 이유 없이 이 같은 규정을 따르지 않았고, 불이행에 대한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인권위 권고에는 구속력이 없어 이행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인권위는 B의원 측에 유감을 표하고, 국가인권위원회법 및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관련 내용을 공표하고 이를 법무부장관에게 통보했다.
인권위는 해당 병원이 합리적 이유 없이 장애인 차별 행위에 대한 권고 이행을 거부했다고 판단하고 관련 법률에 따라 병원의 권고 불수용을 법무부에 통보했다.
법무부는 통보 내용을 살펴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