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인 공포 영화로 주목받는 미국의 아리 애스터 감독이 봉준호 감독과의 대담에서 "봉 감독님은 저의 히어로"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지난 1일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진행된 애스터 감독의 신작 '보 이즈 어프레이드'(Beau Is Afraid) 상영회에서 봉준호 감독과 아리 애스터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GV) 행사에 참여했다. 3일 이 영화의 배급사 싸이더스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날 서로의 팬임을 자처하며 영화에 관해 심도깊은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애스터 감독은 이 자리에서 "현존하는 최고의 영화감독이자 영화계의 거장, 그리고 저의 히어로인 봉준호 감독님이 함께해줘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진 애스터 감독은 봉 감독 외에도 김기영, 박찬욱, 나홍진 감독의 작품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그는 특히 봉 감독에 대해 "정말 천재적인 영화감독이고, 위대한 작품들을 너무 많이 만들었다"며 "우리가 대단히 많은 영향을 받는 그런 감독"이라고 강조했다.
봉 감독은 '보 이즈 어프레이드'에 대해 "이 영화를 두 번이나 봤다"며 "제 삶의 6시간을 이 영화를 위해서 바쳤고,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다"고 화답했다.
봉 감독은 애스터 감독의 전작 '유전'(2018)과 '미드소마'(2019)도 높이 평가했었다. 한국 방문이 처음인 애스터 감독은 이번 행사를 앞두고 봉 감독을 개인적으로 만나기도 했다. 두 사람은 미국에서도 여러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져있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편집증을 앓는 중년 남성인 보(호아킨 피닉스 분)가 엄마를 찾아가면서 겪는 기괴한 경험을 그린 영화로, 오는 5일 개봉한다.
애스터 감독은 "(영화의 주인공) '보'는 저 자신"이라며 "보가 겪게 되는 극강의 두려움이나 죄책감을 완화한다면 저의 현실적인 모습이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봉 감독은 "(주인공 역의) 호아킨 피닉스가 교통사고가 날 때까지, 정확히 시간을 재보진 않았지만, 거기 나오는 모든 샷과 모든 사운드, 연기의 파편들에 저는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것은 마스터의 경지"라고 평했다.
그는 관객들에게 "정말 숨통을 조여오는 느낌, 면도칼로 몸 여기저기를 베이는 통증이 느껴지지 않나요?"라고 묻기도 했다.
애스터 감독은 봉 감독이 이 영화를 두고 "뇌 속을 헤엄치는 느낌"이라고 한 데 대해 "제가 정확히 스태프에 한 얘기"라며 "보가 엄마의 집에 도달하는 과정을 진지하게 표현하면서도 전작들을 패러디한 부분들도 많이 녹여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봉 감독이 "이 영화의 이상적 관객이 누구인가"라고 묻자 애스터 감독은 "현재에 좀 불만족스러운 상황에 있거나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태, 그리고 어떤 양가적 감정으로 인해 많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상태, 어떻게 보면 결과가 무서워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진 분들, 그리고 변화를 두려워하시는 분들을 위한 영화인 것 같다"고 답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