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개 가까운 편의점 CU의 해외 점포가 K팝 콘셉트의 매장으로 탈바꿈한다. K팝 아티스트들의 사진과 영상으로 꾸며진 매장에서 K팝 앨범을 픽업할 수도 있게 된다. 현지화 대신 철저한 한국화를 통해 해외의 K팝 팬들을 충성고객층으로 끌어들이겠단 전략이다. 500개 해외 매장, K팝 콘셉트 입힌다
BGF리테일은 3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YG플러스와 ‘국내외 CU 인프라를 활용한 K팝 마케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편의점 CU가 YG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들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국내외 매장을 K팝 콘셉트로 꾸밀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양사는 해외의 K팝 팬들이 전 세계의 CU 매장에서 구매한 앨범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도 구축한다.
국내외 CU 점포망은 YG플러스가 아티스트들의 통합 홍보 체계를 구축하는데 활용된다. YG플러스는 모회사인 YG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300개 이상의 국내 레이블의 음반을 유통하는 회사다. 양사는 해외 CU 매장에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을 시작으로 향후 YG플러스가 유통하는 다른 레이블 가수들의 IP를 활용하는 방향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YG플러스가 음반 유통을 담당하는 곳으로는 방탄소년단(BTS)이 속한 빅히트 뮤직과 르세라핌이 속한 쏘스뮤직, 세븐틴이 속한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등 하이브 계열의 레이블들이 있다.
양사의 첫 공동 마케팅 대상 아티스트는 남자아이돌 그룹 트레저다. 우선은 국내 1만7000개 CU 점포가 트레저 신규 앨범의 마케팅 장소로 활용된다. 소비자들은 이달 발매되는 트레저의 정규 2집 앨범은 자사 앱 ‘포켓CU’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포켓CU를 통해 앨범을 예약 구매한 뒤 수령은 지정한 CU 매장에서 가능하다. 이러한 방식의 마케팅은 연내 해외의 CU 매장으로 확산된다. 현지화 대신 한국화... 성공할까
그동안 유통업체들의 현지화는 현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요소로 여겨졌다. 세계 유통업체 1·2·3위를 다투던 미국의 월마트, 프랑스의 까르푸, 영국의 테스코가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다 줄줄이 철수한 데도 한국화 실패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 특유의 장보기 문화와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제품 중심의 상품기획(MD)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마트 등 토종 업체에 밀릴 수 밖에 없었단 것이다.
하지만 BGF리테일은 현지화 대신 철저한 한국화를 내세웠다. CU가 한국 브랜드인 걸 알리는 걸 넘어서서 ‘K팝 콘셉트 매장’을 통해 아예 편의점을 K팝 전초기지로 만들겠단 것이다. 몽골과 말레이시아 등 진출국에 한류 열풍이 뜨거운 만큼 한국 브랜드임을 전면에 내세우는 게 오히려 오랜 시간 현지 시장을 장악해온 다른 해외 편의점 브랜드들과의 차별화 포인트라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BGF리테일은 양국 모두 현지 개발 및 유통 업체들과의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통해 진출해있는 만큼 제휴사들을 통한 현지 시장 동향 파악도 소홀하지 않는다고 자신하고 있다.
CU는 올해 중으로 글로벌 500개 매장 달성을 목표로 한다. 현재는 몽골에 320개, 말레이시아에 130개가 있는데 양국 모두에서 현재 점포가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 올해 500호점 개점은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다. 지난달엔 편의점 업계 최초로 카자흐스탄 진출도 선언했다. 카자흐스탄 현지 식품업체 ‘신라인’과 현지 법인을 신설하고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도 완료한 상태다. BGF리테일은 이날 MOU를 계기로 몽골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등 3개국의 500여개 CU 매장을 K팝 전초기지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송지택 BGF리테일 혁신부문장은 “CU는 해외 편의점 시장에서 현지화 대신 철저한 한국화 전략으로 K-CVS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K-CVS와 K-팝 업체간 시너지로 글로벌 시장에서 신(新)한류를 함께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