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엔 환율이 900원대 초반에 머물면서 엔화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향후 일본은행의 통화 완화 정책이 중단돼 엔화 가치가 오르면 적잖은 환차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언젠가 원·엔 환율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투자 방법에 따라 납부해야 할 세금과 수수료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엔테크’에 나서기 전 세밀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엔 재정환율(이하 오후 3시 30분 기준)은 지난달 30일 100엔당 911원11전을 기록했다. 올해 서울외환시장 개장일인 1월 2일(971원93전)과 비교하면 6개월 사이 원·엔 환율이 60원52전(6.2%) 하락했다. 올해 최고점을 찍은 4월 6일(1003원61전)과 비교하면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두 달 만에 9.2% 떨어진 셈이다. 지난달 20일엔 원·엔 환율이 900원64전까지 하락하면서 2015년 6월 26일(905원40전) 이후 8년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기록적인 약세를 띠고 있는 엔화가 올 하반기엔 강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엔화 약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하반기엔 중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일본이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올 3분기 말이나 4분기 초 일본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의 출구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와 일본의 높은 성장률, 한국의 저성장이 겹쳐 원·엔 환율은 연말까지 최소 950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화 절상에 베팅해 엔테크에 나설 투자자라면 본인의 투자 성향에 따라 세금 및 수수료를 아낄 수 있는 방법을 따져봐야 한다. 우선 ‘단타’를 치지 않는 장기투자자라면 은행의 외화예금에 엔화를 예치해 놓고 추후 원화로 환전하는 방법이 유리하다. 외화예금은 환율 상승에 따른 매매차익에 아무런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대신 수수료가 비싸기 때문이다.
외화예금 투자에 들어가는 수수료는 크게 환전수수료와 현찰수수료로 나뉜다. 환전수수료는 엔화 현찰이 없는 개인투자자가 엔화를 매수할 때와 추후 환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엔화를 원화로 바꿀 때 각각 약 1.75% 안팎의 요율로 부과된다. 현찰로 갖고 있는 엔화를 직접 외화예금에 입금해 추후 원화로 환전하는 방법도 있지만, 엔화를 국내 은행의 외화예금에 입금할 때는 은행에 따라 약 1.5%의 현찰수수료가 발생한다. 외화예금 투자법이 매매 횟수가 적고 장기적으로 환율 상승폭을 높게 예상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이유다.
이른 시일 내 바로 환차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단기투자자라면 증권사를 통해 엔화 가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적합하다. 외화ETF엔 환전수수료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에 상장된 엔화 추종 외화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일본엔선물’이 유일한데, 연 0.25%의 펀드 보수만 내면 된다. 다만 외화ETF는 매매차익에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