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고객 만족의 끝은 어디일까. 다양한 기술의 진화와 함께 서비스 혁신의 지향성이나 형태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1999년 ‘소비자의 경험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관점을 제시한 조지프 파인 2세와 제임스 길모어는 최근 경쟁사에 비해 개별 소비자의 니즈에 더욱 부합한, 그리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 가치를 증대시키는 전환경제(transformation economy) 개념을 제시했다. 이 전환경제에서는 인공지능(AI)이나 가상현실 기술로 개별 소비자의 제한된 시간과 관심으로부터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경험은 기계와 사용자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사용자 환경(UI)으로부터 사용자 경험(UX), 소비자 경험(CX) 등으로 다양하게 정의된다. 소비자가 기업과의 직·간접적 접촉에서 얻는 총체적인 반응인 경험을 어떻게 가치로 창출할지는 기업에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과거 기업들이 인적 서비스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어떻게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서비스 혁신에 활용하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고객은 좀 더 정확하고 근거 있게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법으로 모두 연결된다. 아마존이 온라인 책방에서 시작해 마켓플레이스로 확장된 것, 넷플릭스가 우편 주문 서비스에서 출발해 고객의 시청 습관과 선호도를 파악한 드라마, 영화를 제작하게 된 것 등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이 같은 디지털 기반 경험경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 고객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대부분이다.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니즈를 예측하고 대응하는 등의 방식으로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해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를 활용해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자동화함으로써 상담원은 고객과 보다 집중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 이는 고객의 요구사항에 빠르게 대응하도록 도와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데도 기여한다.
또 수많은 가전제품이 기존의 본원적 기능을 뛰어넘어 디지털 기술과 함께 스마트화가 이뤄지면서 소비자에게 새로운, 그리고 사용자 맥락을 고려한 경험 편익이 제공된다. 디지털 기반 경험경제가 단순한 제품을 선보이는 이상의 다양한 서비스 제공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앞으로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기술뿐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혁신 사례가 등장해 소비자 니즈를 더욱 고도화할 것이다. 이렇듯 더 민첩하게 기술의 진화를 적극 활용해 소비자의 숨은 욕구를 발견하고, 소비자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기업은 지속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고 기업이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매몰돼 모든 것을 취하려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닌텐도가 마이크로소프트, 소니와의 경쟁에서도 살아남는 것처럼 기업의 규모와 핵심 역량에 따라 선택적으로 수용해 활용하는 지혜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