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에 일감 1555억 몰아준 공공기관

입력 2023-06-30 18:09
수정 2023-07-01 01:09
조달청과 관세청, 통계청 등이 퇴직자가 임원으로 일하고 있는 민간 법인에 지난 3년간 일감 1555억원어치를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기관들이 일종의 전관예우를 한 것이다.

이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앙부처와 퇴직공무원 소속 단체의 수의계약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30일 홍 의원이 조달청, 통계청,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이들 기관은 퇴직 공무원이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민간 법인과 1555억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이 기간에 해당 기관들이 체결한 수의계약의 29.9%에 해당하는 규모다. 수의계약은 경쟁 입찰 과정을 거치지 않고 하나의 상대와 체결하는 계약이다.

관세청은 국가관세종합정보망운영연합회(수의계약 규모 538억원), 주식회사 케이씨넷(401억원)과 계약을 맺었다. 김윤식 국가관세종합정보망운영연합회 회장은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장 출신이다. 조달청은 원장 등 임원 대부분이 조달청 출신인 한국조달연구원과 68억원어치 수의계약을 맺었다. 통계청은 한국통계정보원과 391억원어치를, 한국통계진흥원과는 154억원어치를 수의계약 처리했다. 이들 법인은 각 기관 출신 퇴직공무원이 임원이나 대표로 재직하고 있을 뿐 국가가 자본금 출연을 전혀 하지 않은 민간 법인이다.

수의계약은 비용을 과도하게 책정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어 국가계약법에 따라 △특정인이나 업체의 기술이 필요한 경우 △4억원 이하의 건설공사 △경쟁입찰과 재공고입찰을 거쳐도 경쟁이 성립되지 않은 경우 등으로 제한된다. 공기업과 공공기관은 2년 이내 퇴직자와의 수의계약 자체가 금지된다. 반면 중앙부처는 이런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홍 의원은 중앙부처와 퇴직공무원 소속 단체의 수의계약을 금지하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정부 기관이 2년 이내 퇴직한 공무원이 대표 혹은 임원으로 재직하는 법인과 수의계약을 맺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법안은 경쟁이 성립되지 않거나 특별한 기술이 필요할 경우 예외적으로 수의계약을 허용하고, 관보에 계약을 공고하도록 하고 있다. 국가 안보 등의 국가적 이익을 해칠 경우에는 공고 대신 감사원 통지로 대체되는 조항도 포함됐다.

홍 의원은 “국가계약법을 조속히 개정해 공기업보다 못한 정부 부처의 수의계약 처리 규정을 공정화하고 구조적인 전관예우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