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민간업자들에게 금품을 약속받은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71) 전 특별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끝내 기각됐다.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박 전 특검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피의자의 직무 해당성 여부, 금품의 실제 수수여부, 금품 제공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하여 사실적,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 발부를 기각했다. 유 판사 "현 시점에서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박 전 특검과 공모한 혐의를 받는 양재식(57)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도 기각했다.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직업과 수사기관 및 법원에서 피의자가 보여 왔던 태도,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감안할 때 증거 인멸이나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11월 김만배·남욱 등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성남의뜰 컨소시엄 관련 청탁을 받는 대가로 거액을 약속받고 이 중 8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우리은행은 컨소시엄에 불참하는 대신 1500억원에 달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용 여신의향서를 냈는데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이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특검은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죄송하다"며 "진실은 곧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 없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최측근인 양 변호사와 공모해 남 씨 등으로부터 200억원 상당의 이익과 단독주택 2채를 약속받았다고 판단한다. 또한 박 전 특검이 2015년 1월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 자금 명목으로 현금 3억원을 받았다고 본다. 박 전 특검은 여신의향서 발급 청탁의 대가로 5억원을 받고 50억원을 약정 받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 22일 박 전 특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한편 지난 26일에는 박 전 특검과 양 변호사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청구가 기각되면서 이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