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지명하고, 장관급인 국민권익위원장에는 김홍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전 부산고검장)를 임명하는 등 부분 개각을 단행했다. 11개 부처 12명의 차관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대규모 차관 인사를 함께 실시했다. 첫 개각인데도, 장관급 교체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당으로 돌아가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임기가 끝난 권익위 위원장 자리를 채운 정도다. 교체가 점쳐졌던 일부 부처 장관을 유임했고, 방송통신위원장 지명은 잠시 미뤘다.
이번 개각에선 대통령실 비서관들의 전진 배치가 두드러졌다. 김오진 관리비서관과 백원국 국토교통비서관이 각각 국토교통부 1, 2차관으로 임명됐다. 임상준 국정과제비서관은 환경부 차관, 박성훈 국정기획비서관은 해양수산부 차관, 조성경 과학기술비서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에 발탁됐다. 새로 임명된 차관 12명 중 5명이 윤 대통령의 비서다. 누구보다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참모를 부처의 정책 실무를 총괄하는 차관으로 보내 국정과제 이행과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모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윤 대통령을 보좌해왔다.
차관 대거 교체와 비서관 전진 배치는 유임된 장관들에겐 더 분발하라는 메시지다. 개혁 과제를 정면 돌파하지 못하는 일부 장관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사청문회에 대한 부담과 총선 등을 고려해 이번엔 교체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장관들이 제대로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유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근로시간 개편, 탈원전 정책 폐기, 대입 수능 초고난도 문항 배제 등 각종 개혁정책 과제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혼선이 그 방증이다. 장관이라면 책임감 있게 정부 정책을 국민에게 설명·설득하고, 비합리적인 비판에는 때론 단호하게 맞서는 결기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부족한 데다 몸을 사리는 모습도 나타나다 보니 사안마다 대통령이 나서면서 만기친람(萬機親覽)이란 비판까지 받는 게 아닌가. 이번 개각이 부처 장관들이 분발하고 각성하는 자극제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