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집값이 내릴 것이라고 예상하는 실수요자들이 크게 줄어들었다.
29일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가 지난 9일부터 23일까지 15일간 전국 2073명을 대상으로 '2023년 하반기 주택 시장 전망'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집값이 내릴 것이라고 본 응답자는 전체의 35%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집값이 내릴 것이라고 본 응답자는 65%였는데 30%포인트 급감한 것이다.
대신 보합이 크게 늘었다. 올해 하반기 집값이 보합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본 응답자 비율은 41%로 상반기 23%에서 18%포인트 증가했다. 상반기 집값이 더 내릴 것이라고 본 응답자들이 보합으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응답은 24%로 상반기 12%에서 12%포인트 뛰었다.
집값이 내릴 것이라고 본 응답자가 상반기보다는 크게 줄었지만, 전체적으로 여전히 우위에 있는 상황이다. 응답자들이 가격이 내릴 것이라 본 가장 큰 이유는 '경기 침체 가능성'으로 전체의 47%를 차지했다. 이어 '대출 금리 인상 가능성'이 10%로 뒤를 이었다.
반면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답한 실수요자는 '핵심 지역 고가 아파트 가격 상승'(25%)를 주된 이유로 봤다. '급격한 기준 금리 인상 기조 변화'(23%)도 중요한 이슈로 봤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 연구원은 "연초 이후 경제 성장률 전망이 지속해서 하향 조정되고 있고 수출 부진 등으로 과거보다 침체 우려가 커졌다"며 "이 와중에도 최근 서울 강남 3구와 용산 등 고가 지역이 상승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하락 답변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임대차 시장 전망은 '보합' 의견이 우세했다. 전세시장에선 보합이 40%, 월세시장에선 44%로 가장 많았다. 다만 보합을 제외한 전세와 월세 전망은 엇갈렸다.
하반기 전세 시장은 하락할 것이라는 응답이 23%로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26%)을 앞질렀다. 실수요자들은 전셋값 하락 이유로 '집주인의 임차보증금 반환(역전세) 위험'(44%)을 꼽았다. '갭투자 영향으로 전세 매물 증가'(17%)도 뒤를 이었다.
하반기 월세 시장은 오를 것이라는 응답이 42%로 하락할 것이라는 응답(12%)을 크게 웃돌았다. 월세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본 이유는 '전세 사기로 인한 전세계약 기피'가 45%로 가장 많았다. '전세 이탈 수요의 월세 시장 유입'(41%), '전세 대출 이자 부담에 따른 월세 선호'(12%) 등도 있었다.
올해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핵심 변수는 '국내외 경기회복 속도 등 대내외 경제 여건'이 23%로 가장 많았다. '한국은행 기준 금리 추가 인상 여부'도 18%로 뒤를 이었다.
윤지해 수석 연구원은 "직전 조사에선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응답이 1위를 기록했는데 하반기엔 경기 여건 변화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며 "이 밖에도 대출과 세금 등 규제 환경 변화, 임대차 시장 불안 여부 등도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