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3월, 경성이 술렁였다. 한국 최초의 개인 사진전 ‘정해창 예술사진 개인전람회’가 열려서다. 일간지에도 상세히 보도된 이 전시의 주인공 무허(舞虛) 정해창(1907~1968)은 풍경, 정물, 인물 등 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서정적으로 담아낸 우리 농촌의 정경(사진), 단아한 조선 여인의 얼굴 등 식민지 시대 예술가의 마음을 담은 작품들이었다.
작가는 일본 도쿄외국어대 재학 중 취미로 시작한 미술에 빠졌고, 전문 교습기관에서 회화와 사진을 배웠다. 귀국 후 사진에 몰두한 정해창은 역사적인 첫 개인전 이후 1931년엔 지방순회전도 열었다. 3년 뒤엔 정물 사진들로 전시를 개최했다. 조선의 보통 사람들 모양의 인형과 일상의 오브제를 함께 담은 작품은 시대를 앞서가는 시도였다. 정해창은 자신의 사진을 ‘살롱픽춰’라고 불렀다. 오직 예술성을 추구한다는 뜻이었다. 그는 네 차례의 개인전을 열었고 120점의 유리건판 사진과 300점의 밀착본을 남겼다. 최근 복원 작업이 진행됐고 70점이 되살아났다. 이 사진들로 꾸민 정해창 사진전 ‘살롱픽춰’가 서울 삼청동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다. 7월 2일까지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