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때 신차보다도 비싸게 거래됐던 중고 전기차 몸값이 뚝 떨어졌다. 국내 중고 전기차 시세는 1년 새 21% 급락해 가솔린차나 하이브리드카보다 일곱 배 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 신차 할인 확대에 더해 최근 전기차 충전요금 추가 인상 가능성이 부각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구입비가 비싼 대신 연료비가 싸다는 전기차의 강점이 퇴색하고 있어서다.
28일 직영 중고차업체 케이카가 출시 12년 이내 중고차 740여 개 모델의 평균 시세를 분석한 결과, 이달 전기차 평균 중고가격은 1년 전(4616만원)보다 21% 하락한 3646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가솔린차는 2728만원에서 2650만원으로 2.9%, 하이브리드카는 3192만원에서 3109만원으로 2.6% 떨어지는 데 그쳤다.
모델별로 보면 테슬라 모델 X의 중고가 하락 폭이 가장 컸다. 1억3291만원에서 9540만원으로 1년 새 28.2% 떨어졌다. 판매량 1위인 모델 3(5706만원→4542만원)와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4781만원→3813만원), 아우디 e-트론(8050만원→6400만원)도 1년 만에 중고가가 20%씩 빠졌다.
전기차는 배터리 수명과 충전 인프라에 대한 우려 때문에 통상 중고 가격 방어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고 전기차에 웃돈까지 붙어 거래됐던 작년은 이례적이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최근 중고가 하락세는 유독 가파르다는 게 업계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세 하락 폭은 올 초의 두 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기차 충전요금 추가 인상에 대한 우려가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전력이 지난달 16일부터 전기요금을 ㎾h당 8원 올리면서 전기차 충전료도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공공 전기차 충전사업자이기도 한 한전은 이미 100㎾ 미만 아파트용 전기차 충전료도 ㎾h당 8.8원 인상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급속 충전기를 운영 중인 환경부도 전기차 충전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공공 충전사업자의 요금 인상은 민간 사업자의 요금 줄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박상일 케이카 PM팀장은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보다 출고가가 높은 대신 유지비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부각됐었지만 잇단 충전료 인상에 소비자 부담감이 커졌다”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