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레몬법’으로 불리는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제도의 하자 추정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하자 추정기간이 늘어나면 자동차 제조사의 책임은 증가하고 소비자의 하자 입증 부담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용인시을)은 27일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제도는 신차 구입 후 1년 내에 동일한 하자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새 자동차로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1975년 제정된 미국 ‘매그너슨-모스 보증법’을 본떠 2019년 한국에 도입됐다. ‘레몬법’이라는 별칭은 “오렌지(정상 차량)를 구입했는데, 집에 와보니 신맛이 나는 레몬(하자 차량)이었다”는 말에서 따왔다.
이 제도에 따르면 신차가 소비자에게 인도된 날로부터 6개월 안에 발견된 하자는 인도된 시점에 이미 있던 하자로 추정한다. 인도 시점에 있었던 하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은 자동차 제조사에 있다. 하지만 하자 추정기간인 6개월을 넘어가면 반대로 소비자가 인도 시점부터 있었던 하자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비전문가인 소비자가 입증에 부담을 느껴 대체로 관련 절차 진행을 꺼린다는 게 김 의원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하자 추정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김 의원에 따르면 2019년 레몬법 시행 이후 접수된 교환·환불 요구 2000건 가운데 6개월~1년 차량이 914건이었다. 이는 현행 하자 추정기간인 6개월 이내 차량 접수 건수인 908건보다 많다. 상당수가 하자 추정기간이 끝난 후여서 소비자가 입증 책임을 져야 하는 차량이다. 레몬법을 먼저 도입한 미국에선 대부분의 주(州)가 하자 추정기간을 한국보다 긴 1년이나 2년으로 정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일반 소비자가 자동차의 결함이나 하자를 증명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며 “소비자 권리를 강화하고 제조사의 하자 입증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